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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피해자 중심주의를 다시 생각한다

등록 2020.05.17 19:44

남산 자락에 있는 기억의 터엔, 위안부 피해자 247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4년 전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단체와 서울시가 국민 성금을 모아, 세운 벽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맨 밑줄의 이름 하나가 지워져 있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걸 뒤늦게 안 피해자 할머니가 추운 겨울 새벽, 망치와 끌로 자신의 이름을 파냈다고 하지요. 잊혀지고 싶었던 할머니에게 잊지 않겠다는 일방적인 다짐은, 또 다른 고통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피해자 중심주의' 피해자의 의사가 먼저라는 아주 당연한 원칙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시절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내걸었던 명분도 바로 이 피해자 중심주의였습니다.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2015년 12월)
 "피해자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립서비스와 돈으로 일제가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에 면죄부를 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당선인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일들을 보면 이 원칙이 정말 지켜졌던 건지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위안부 합의 때 일본이 낸 10억엔을 할머니들에게 나눠주는 문제만 봐도 그렇습니다. 

일부 할머니는 당시 윤 당선인이 일본이 주는 돈을 받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는데, 피해 할머니 47명 중 35명, 그러니까 80% 가까운 분은 1억원씩 받았습니다.

윤미향 당선인과 30년을 함께 했던 이용수 할머니는 정의연이 할머니들을 위해 돈을 쓰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죠.

이용수 할머니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난 7일)
"할머니한테 쓰는 것이 아니고 도대체 어디 쓰는지….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 당할만큼 당했습니다" 

저희에게 정의연의 문제를 지적하던 다른 피해자 할머니는 그들에게 미운털이 박힐까 극도로 신분 노출을 꺼렸습니다.

재차 강조하지만 정대협과 정의연이 위안부 피해를 국제적인 여성 인권침탈 사건으로 환기시킨 공로는 절대 폄하돼서는 안 될 겁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회계문제만이라도 투명하게 바로잡자는 여권 일각의 주장은 일리가 있습니다. 정부간 합의를 사실상 무효화시킨 문재인 정부도 약속했던대로 할머니들의 명예를 서둘러 회복시켜 드려야 합니다.

살아계신 18명의 할머니들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이용수 할머니도 이제 아흔둘입니다.

이용수 할머니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지난 7일)
 "내가 왜 울어야됩니까. 무엇때문에 내가 울어야 됩니까. 너무 너무 내 자신이 불쌍합니다"

그들의 문제를 지적하면 친일파로 몰리는 지금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을 이용수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다시 피해자 중심주의를 생각한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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