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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앵커가 고른 한마디] 불신, 그리고 상처받은 선한 마음

등록 2020.05.23 19:45

수정 2020.05.23 19:53

박승일 /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
"아프지 않았다면 멋진 희망을 갖지 못했을 텐데, 오늘도 저는 눈으로 그 희망을 보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합니다”

루게릭 병으로 근육이 굳어버린 박승일 씨가 눈으로 쓴 편지입니다. 박 씨가 품은 희망은 '루게릭 요양센터 건립'이었고 이걸 이루기 위해 가수 션과 함께 비영리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잘 아시는 '아이스버킷 챌린지'도 이 재단을 통해 국내에 알려졌습니다.

이 단체는 매달 30페이지에 달하는 재정 내역을 1원 단위까지 공개합니다. 수 천명에 달하는 후원자의 기부금을 하나 하나 기재하고 지출 내역엔 지원 사업은 물론이고 생수, 프린터 토너 구입 비용까지 세세히 적었습니다.

이 장부를 보니 회계 내역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가혹하다던 정의기억연대의 항변은 더욱이 납득 되질 않습니다.

오성희 / 정의기억연대 인권연대처장
"어느 NGO가 이렇게 자기의 활동 내역을 낱낱이 보고서처럼 만들어서 공개하고 공시 내역을 이렇게까지 설명해야 하는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비영리 단체의 기부금 유용 논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어려운 아이들을 돕겠다며 127억 원을 모은 유명재단 대표는 125억 원을 사적으로 사용해 현재 복역 중이고, 환경 운동의 상징이던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일도 있었습니다.

기부는 신뢰를 담보로 합니다. 신뢰가 무너지면 기부를 이끌 힘도 잃습니다. 후원금 유용 의혹을 받는 '나눔의 집'엔 하루 500건 넘는 후원 해지와 환불 요청이 쇄도한다고 하죠.

안 그래도 불신 때문에 국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식어가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차갑게 돌아설까 걱정입니다. 시민 단체는 국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소금 같은 역할을 하는 꼭 필요한 존재지만, 소금도 짠 맛을 잃으면 내버려집니다. 소금의 가치를 지킬 기회를 더 이상 막아서는 안됩니다. 선한 마음에 생긴 상처는 이만하면 됐습니다.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불신, 그리고 상처받은 선한 마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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