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달님에게 바치는 노래

등록 2020.05.25 21:50

수정 2020.05.25 22:06

온갖 꽃이 흐드러진 봄날, 데이지 할머니가 창가에서 수를 놓습니다. 흑인 운전사에게 품었던 의심이 풀린 뒤 오랜만에 누리는 평화… 라디오에서 아리아가 흘러나옵니다.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를 빛낸 드보르작의 '달에게 바치는 노래'입니다.

'바이센테니얼 맨' 에서는 로봇이 낡은 축음기로 이 노래를 듣습니다. 슬프고 간절한 선율에 매혹돼 인간이 되고픈 열망에 빠집니다.

'달에게 바치는 노래'는 오페라 '루살카'에서 물의 요정이 달을 바라보며 부릅니다. 사랑하는 왕자에게 내 마음을 전해달라고 빕니다.

그런데 이 명곡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슬쩍 갖다 대는 사람이 있습니다. 대통령 성과 영어 Moon을 연결한 우스개인 듯 하지만 노래와 함께 올린 글을 읽자면 어쩔 수 없이 낯이 간질거립니다. "대통령님 3년차 지지도가 워낙 높아서 외국에서도 이러는 것" 같답니다. 이 소프라노가 "김정숙 여사님께서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시는데도 야한 드레스 입고 찬가를" 부른답니다. 그러면서 "눈물겹다"고 했습니다.

지난주엔 "대통령님 얼굴이 너무 상하셔서 가슴이 아프다"고 했지요. 열렬한 지지자로 보이는 이 사람은 현직 검사라고 합니다. 공직자의 정치중립 의무까지 갖다 붙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런 감정의 과잉에서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드는 건 제가 특별히 예민해서일까요?

요즘 대통령 추켜세우기 발언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최근까지도 높은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고 지난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했으니 그럴 만도 할 겁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단순히 듣기 불편한 수준을 넘어서는 듯 합니다. "3년 전에 이미 선물을 주셨는데 또 특별연설 선물을 주신다"거나 "지난 3년 대통령님의 위기극복 리더십이 빛났고" "대통령을 모셔 일생에 큰 영광" 이라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대통령을 조선시대 태종에 비유하는 말이 나오자 청와대는 '나아가 세종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왕조시대에 살고 있는가? 의문을 들게 만드는 이런 발언들 말이지요. 하지만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봉건시대의 왕에 비유한다면 이건 대통령을 오히려 욕되게 하는 일입니다. 입에 발린 대통령 찬가를 흔히 용비어천가에 빗대곤 합니다만 그 뒤에 이런 쓴소리가 넘쳐났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곤란할 겁니다.

"백성의 고통을 잊지 말라. 아부하는 신하를 멀리하라. 바른말 하는 신하를 중시하라. 백성의 언로를 막지 말라…"

6백년 전 성군 세종시대 신하들의 고언이 새삼 구구절절 와닿는 요즈음입니다.

5월 25일 앵커의 시선은 '달님에게 바치는 노래'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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