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내 편에겐 봄바람

등록 2020.05.28 21:51

수정 2020.05.28 22:23

1990년대 청소년들을 열광시켰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 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소문이 돌았습니다. 이렇게 노래를 거꾸로 틀면 악마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지요. 저는 전혀 그렇게 들리지 않습니다만. 1976년 화성탐사선이 찍어온 사진입니다. 얼핏 사람 얼굴처럼 보여서 외계 문명의 존재를 미국 정부가 은폐한다는 음모론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렇게 근접 고해상도 사진을 찍어 공개했지만 그래도 소용없었지요.

그렇듯 서로 아무 관계가 없는 현상들을 엮어 의미와 규칙, 연관성을 찾아내려는 심리를 아포페니아라고 합니다. 지나치면 병적 망상이 될 수 있다고 심리학자들은 경고합니다. 자기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듣는 '칵테일 파티 효과'도 비슷합니다. 시끌벅적한 파티에서도 사람들은 관심 있는 얘기만 골라 듣는다는 실험에서 나온 용어입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윤미향 당선자 의혹에 대해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30년 활동이 정쟁 대상이나 우파들의 악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윤미향 사태를 좌우 진영의 시각으로만 보면 분명히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아니면 여기서 밀리면 안된다는 전략적 선택일 수도 있고요… 이 대표는 "30년 운동을 하면서 잘못도 부족함도 허술한 점도 있을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반대 진영에게는 일찍이 보여준 적이 없는 너그러움이 엿보입니다. 그러면서 "사회 모든 부문의 자성"을 촉구했습니다.

사태의 본질은 윤 당선인에 얽힌 여러 의혹이고 민주당에게는 그런 윤 당선인의 검증을 소홀히 한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자성하자는 말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에 뭔가 배후가 있을 거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음모론'도 빠지지 않습니다.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가 대표적이지요.

요즘 부쩍 껌과 구취 제거제가 잘 팔린다고 합니다. 다들 마스크를 쓰고 살면서 자신의 입냄새를 새삼 깨달은 덕분입니다. 그런데 윤미향 의혹에서 진동하는 냄새에는 코를 막은 채, 피해 당사자에게 도리어 후각을 들이대는 그 이중성이 어디서 많이 본 듯 하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강조했던 '춘풍추상', 남에게는 봄바람, 나에게는 가을 서리가 되라는 경구가 또 다시 허망하게 들립니다.

5월 28일 앵커의 시선은 '내 편에겐 봄바람'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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