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체

[취재후 Talk] 기업에 손짓해도 떠나는 나라

등록 2020.05.29 17:06

수정 2020.05.29 18:36

"오죽했으면 나갔겠어요"

한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다. LG전자가 인도네시아로 구미공장 TV 생산라인을 빼겠다고 했을 때 나온 말이다. 인도네시아는 임금이 우리의 7분의 1 수준이다. 정부가 '기업 유턴'에 드라이브를 거는 와중에 정반대 행보여서 LG가 발표 시점을 고민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LG전자 관계자는 "분위기가 안 좋은 건 알지만 가격 경쟁력을 위해선 더 늦출 수 없었다"고 했다. 중국이 저가 공세로 바짝 쫓아오고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와 물류비를 줄여보겠다고 나가는 건 당연하다는 얘기였다. 디스플레이 산업 등에서 '역 유턴'이 이어질 거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 기조에 어느 정도 장단을 맞춰줄 법도 한데 영 먹혀들어가지 않는 분위기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왜곡된 노동시장이 더 큰 문제"라며 "기업하기 너무 힘들다"고 한탄했다. "심지어 정부가 전체 근로자의 3%도 안 되는 강성노조에 휘둘리고 있지 않냐"고 했다.

지금까지 해외 공장을 국내로 옮긴 대기업은 현대모비스가 유일하다. 지난 2018년 8월, 현대모비스 울산공장 기공식엔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직접 참석해 '유턴기업 1호'의 탄생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문 대통령은 축사를 하며 "정부는 국내 복귀를 위해 투자하는 기업들에게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정부는 법인세나 관세 부담을 줄여주고 금융 지원을 해주며 기업들에게 들어오라 하지만 제2, 제3의 유턴기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올해 되돌아온 기업은 7곳에 불과하고 이 마저도 중소, 중견 기업이었다. 대기업은 단 1곳도 없었다. 지난 22일 관련 기사를 보도한 이후 인터넷 게시판에 달린 1천여 개 댓글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증가 등 정부 정책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너 같으면 국내에서 하겠냐"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정부에 대기업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뭐라고 보냐고 물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불확실성이 높아져 기업들이 결정을 못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뭐든 '코로나'에 책임을 미루는 식이다. 전대미문의 사태로 기업들은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정부에게는 좋은 핑계거리가 된 셈이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대기업들은 몸을 더욱 움츠리고 있다. '슈퍼 여당'의 탄생으로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 쏟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한국노총, 정의당은 민주노총과 손을 잡고 총선을 치렀고, 여당 공약집에는 대기업 규제 법안들이 가득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도 말한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투명한 생산기지다. 한국 기업의 유턴과 해외 첨단산업 유치를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 2년 전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겠다"는 말처럼 공허한 수사(修辭)가 아니길 바란다. / 이정연 기자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

채널구독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