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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김명수의 '좋은 판결'

등록 2020.05.31 19:44

수정 2020.05.31 19:49

조무제 전 대법관 퇴임사 (2004년 8월 17일)
"법관은 고독함이 따르지만 그 고독함을 두려워해선 안됩니다"

한때 '청빈한 선비'로 불렸던 조무제 전 대법관은, 청탁이나 구설을 피하기 위해 출퇴근 때도 법원 정문 대신 옆문을 통했다고 합니다.

'독상관행'

대법원장이 집무실에서 혼자 점심식사를 하는 오랜관행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집무실엔 찌개와 반찬 냄새가 뒤섞인, 콤콤한 냄새가 났다고 합니다.

법과 양심만 따라야하는 법관에게, 고독은 어찌보면 오랜 벗 같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종영 전 대법원장은 법관의 판단에 여론이 얼마나 큰 독이 되는지 경고하며 법원을 떠났습니다.

최종영 전 대법원장 퇴임사 (2005년 9월 23일)
"여론이나 단체임을 내세워 재판의 권위에 도전하여 이를 폄하하려는 행동이 자주 생겨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그런데 지난 22일,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초청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김명수 대법원장 등 6부 요인이 함께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역사적인 일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대법원장까지 한자리에 모인 건 극히 드문 일입니다.

그런데 만찬 사흘뒤 김명수 대법원장은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깜짝 놀랄 발언을 합니다.

김명수 대법원장 (지난 25일, 전국법관대표회의)
"우리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어떤 재판이 좋은 재판인지를 생각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재판이라..우리헌법은 법관의 판결 기준으로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법부 수장이 국민 눈높이로 판결기준을 옮기라는 건 행여나 헌법과 양심보다 여론을 의식하라는 말로 읽힐 소지가 크진 않을까요. 이 말이 나온 시점도 논란입니다.

여당이 한명숙 전 총리 뇌물 사건의 판결에 문제를 삼은 직후여서 법원 내에서도 미묘한 파장을 낳았죠.

김 대법원장이 법원내 진보성향 판사 모임을 주도했던 만큼 그가 말한 국민이 누굴 뜻하는 거냐는 논란도 이어졌습니다.

마침 법원에는 권부 핵심과 연결된 굵직한 사건들이 판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주 법원은 4000만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유재수 전 부시장에게 이례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해 논란이 됐습니다.

이 판결은 과연 김 대법원장 기준에 좋은 판결이었을까요.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함께 한 '밥 한끼'에서 이런 우려들이 불거진만큼, 역대 대법원장들의 '외로운 혼밥'이 오늘은 더 존경스럽게 다가옵니다.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김명수의 좋은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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