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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불혹'도 막지 못한 이동국의 축구 열정, 그리고 조규성

등록 2020.06.05 09:00

수정 2020.06.05 11:11

[취재후 Talk] '불혹'도 막지 못한 이동국의 축구 열정, 그리고 조규성

/ 조선일보DB

K리그 최다인 통산 225골. '프로 23년차 공격수' 이동국(전북)의 훈장과도 같은 업적이다.

이회택-차범근-최순호-황선홍-최용수의 계보를 잇는 '대형 스트라이커'지만 유독 아픔이 있다. 월드컵이다. 2002 한일월드컵 엔트리 탈락, 최고의 몸 상태를 자랑했던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대회 직전 큰 부상으로 낙마했다.

2번의 월드컵과 0골. 이동국의 기록이다.

이같은 시련이 '지금의 이동국'을 만들었다. 대전 황선홍 감독은 "골에 대한 이동국의 애착, 축구에 대한 열정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동국을 만나 프로 23년 인생을 들었다.

■ "축구하길 잘했다"

1979년생인 이동국은 우리나이로 42살이다. 팀내 두번째 형인 이용, 정혁(35)보다도 무려 7살이 많다. 팀에 새롭게 합류한 '신예 공격수' 조규성(22)보다 20살, 2001년생 막내들에 비해서도 22살이나 많다.

쓸쓸하지 않냐고 물었다. 이동국은 '옛말'이라고 답했다.

"제 또래들이 은퇴했던 5~6년 전에는 그랬던 거 같다. 하지만 그라운드는 나이가 필요 없는 공간이다. 어린 선수들과 함께 경쟁하다보면 오히려 젊게 느껴져 감사하다"고 말했다.

절친했던 친구들은 하나둘 지도자도 변신했다. K리그2 충남아산FC의 박동혁 감독은 3년째 팀을 이끌고 있고, '샤프' 김은중은 올림픽대표팀에서 코치를 하고 있다.

이동국은 "친구들을 가끔 보면 언제 저렇게 얼굴이 늙었나 생각한다. 배도 나오고 이제 중년의 모습"이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축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매 순간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한경기, 한경기가 더 소중하고 집중하게 된다고 했다.

개막전 1호골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은퇴'를 생각하진 않지만 '마지막'이라는 동기부여 만큼 확실한 건 없다.

 

[취재후 Talk] '불혹'도 막지 못한 이동국의 축구 열정, 그리고 조규성
 


■ "규성이 질문이 쏟아지네요"

조규성을 평가해달라고 했다.

이동국은 "프로에 20년 넘게 몸담으면서 특정 선수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나 많이 물어보는 건 처음"이라고 웃었다.

조규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K리그2 안양에서 전북으로 둥지를 틀었다. 올초 열린 AFC U-23 챔피언십에서 오세훈(상주)과 함께 최전방을 책임지며 멋진 골을 만들어냈다.

188cm의 큰 키에 몸무게 77kg의 다부진 체격. '제2의 이동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동국은 "규성이가 학창시절에 수비형 미드필더를 봤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런지 수비 가담과 활동량이 많은 공격수"라고 했다."뒷공간을 빠져나가는 움직임도 좋다"고 칭찬했다.

이어진 조언.

"골결정력과 문전에서의 세밀한 움직임만 보완하면 무서운 선수가 될 수 있다." 성격도 중요한 자질 중 하나다.

이동국은 "내가 규성이 나이 때에 저렇게 당차게 행동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거침 없다. 운동장에서 그런 모습이 나온다. 운동 선수로서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당시 이동국은 어땠을까.

고졸 최고 대우로 1998년 포항에 입단, 몇달 뒤 일본 J리그로 떠난 홍명보 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의 등번호 20번을 물려받았다. 부담이 될 법하지만 이동국은 자신 있었다. 부담보다는 책임감과 각오가 들었다.

당시 이동국과 안정환(부산), 고종수(수원)가 'K리그 트로이카'를 이루며 엄청난 흥행을 이끌었다.

 

[취재후 Talk] '불혹'도 막지 못한 이동국의 축구 열정, 그리고 조규성
 


■ "선홍 선배 곁에서 행복"


이동국의 롤모델은 '황새' 황선홍이었다.

대표팀 최고의 공격수. 탁월한 골 감각과 움직임이 유려했던 당대 최고 선수였다.

포항에 입단한 이동국은 '황선홍 선배'와 함께 방을 썼다. 꿈 같은 시간이었다. 황선홍이 그해 여름 J리그 세레소 오사카로 이적하면서 팀에서 함께 한 시간은 짧았지만 대표팀에서도 줄곧 함께 했다.

대표팀에서 역할은 조금 달랐다. 재활 파트너였다. 황선홍은 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출정식을 겸해 열린 중국전에서 상대 골키퍼 태클에 쓰러졌다. 보기에도 큰 부상이었다.

차범근 감독이 한가닥 희망을 안고 황선홍을 최종 명단에 올렸다. 그때부터 이동국은 황선홍의 재활을 도왔다.

이동국은 "황선홍 선배가 부상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재활을 돕고 공 파트너 역할도 했다. 하지만 회복이 쉽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행복했다.

"어릴 때부터 존경하고 닮고 싶었던 선수와 함께 한 시간이었다. 매일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막내로서 우러러 봤던 선배 황선홍. 지금은 이동국이 그러한 위치에 올라 있다. 현역 최고참이 돼 '전설의 길'을 가고 있다.

역대 최다골 기록과 필드플레이어 최다 경기 출전(539경기), 사상 최초의 80(골)-80(도움) 기록에 단 3개의 도움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동국은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려 더 많은 골을 넣고 싶다. 당분간은 깨지지 않는 그런 기록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 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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