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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함께 가야 멀리 간다

등록 2020.06.04 21:50

수정 2020.06.04 21:55

미 의회 의사당 로툰다 홀은 모든 방문객이 거쳐가는 곳입니다. 조지 워싱턴을 비롯해 거기 모신 동상 중에 유일한 여성 정치인이 지네트 랭킨입니다. 동상에 이런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나는 전쟁에 찬성표를 던질 수 없습니다."

1941년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자 미국이 들끓었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의회에서 격정적 연설을 하며 대일 선전포고를 승인해달라고 했습니다. 예상대로 상원은 만장일치로 가결했지만 하원은 아니었습니다. 3백88 대 1. 단 하나 반대표를 던진 이가 평화주의자 랭킨이었습니다. 온갖 비난이 쏟아지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민주주의란 만장일치가 있어서는 안 되는 정치제도입니다"

그의 반대표는 '미국 정치사를 빛낸 역사적 한 표'로 남았습니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징계 파문이 위헌논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은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고 투표한다'는 헌법과 국회법에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강제적 당론을 지양하겠다"고 선언했지요.

하지만 민주당은 요지부동입니다. 이해찬 대표는 "강제 당론은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와중에 금 전 의원의 소신을 찬양하더니 갑자기 "이기적이고 표리부동하다"고 공격한 의원도 있습니다. 당내 이견을 원천 봉쇄하는 금태섭 징계가 신호탄이라도 되듯 거대 여당의 독주가 시작됐습니다. 당장 국회를 단독 개원해 열여덟 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겠다고 합니다. 이른바 역사 바로잡기 법안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적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건들이 포함된 법안이 상정되면 극심하고 불필요한 역사논쟁과 이념전쟁을 일으킬' 뿐입니다. 다름 아닌 광주시민단체협의회가 역사왜곡금지법안 철회를 촉구하며 낸 성명입니다. 민주당 법안 중에는 무리한 판결을 내리는 판사를 처벌하자는 것까지 있습니다.

이해찬 대표는 총선 직후 당선인 전원에게 편지를 보내 국민 앞에 겸손하라고 했습니다. "열린우리당이 과반 승리에 취해, 국민을 외면하고 우리 생각만 밀어붙였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것을 잊지 말라"고 했지요. 두 달도 안 돼 그 경고를 스스로 내던진 민주당은, 그렇다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6월 4일 앵커의 시선은 '함께 가야 멀리 간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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