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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20만쪽→30쪽→2문장'…수사심의위 앞두고 힘빼는 검찰에 초조해진 삼성

등록 2020.06.11 16:31

수정 2020.06.11 17:24

[취재후 Talk] '20만쪽→30쪽→2문장'…수사심의위 앞두고 힘빼는 검찰에 초조해진 삼성

/ 연합뉴스

'○국정농단의 핵심 사안에 대하여, 기업인의 승계작업과 관련된 뇌물수수 등 중대한 불법이 있었던 사실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최종적으로 확정된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함.

○검찰은 앞으로 진행될 관련 사건들에 있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책임자들이 최종적으로 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받도록 최선을 다할 것임.'

3년 7개월 만에 '국정농단 게이트' 주범인 최순실(최서원)에 대한 판결이 최종 확정되자 대검찰청은 기다렸다는 듯 입장문을 냈다. 단 두 문장이었다. 그런데, 최순실 단죄에 대한 의미부여가 아닌 진행중인 수사에 대한 의지에 방점을 찍었다.

'기업인 승계작업 관련 중대한 불법 사실이 최종 확정됐다'는 걸 크게 부각시킨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원회를 한 시간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작업 현안과 뇌물수수 관련 혐의만 핀셋으로 딱 집어내 두 줄 입장문에 담았다.

지난 8일 검찰이 트럭까지 동원해 영장전담판사에게 날랐던 수사기록이 400권, 20만쪽 분량이었다. 대검 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야 할 지, 말 지를 결정할 부의심의위에 제출된 요약본이 30쪽 임을 감안하면, 그동안의 수사성과가 요약에 축약을 거듭해 단 두 문장의 문자메시지로 거듭난 셈이다.

당황한 쪽은 삼성으로 보인다. 검찰이 내놓은 간결한 두 줄 입장문에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부의심의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 측은 그동안 "검찰이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면 수사심의위 심의를 왜 피하려 하는가"며 수사심의위 신청과 검찰의 영장청구 선후관계를 주요 방어논리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실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부회장의 수사심의위 신청 이전인 지난 2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영장청구가 불가피하다는 수사팀 보고를 받고 재가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되려 삼성이 검찰 내부 움직임을 미리 읽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사실이라면 검찰 내부에서 수사동향이 새어나간 것이나 다름없는데도 검찰이 이례적으로 냉정과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검찰은 부의심의위에 제출한 30쪽 분량의 의견서에도 "적정하고 공정하게 수사하고 있으므로 통상 절차에 따라 수사팀이 수사해 결정함이 상당하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 입장문을 통해 "죄에 상응하는 형"도 강조했다. '수사 배심원' 격인 수사심의위가 실제 열릴지도 관심 대상이지만, 검찰과 삼성이 수사심의위 격돌을 앞두고 힘조절에 나선 것도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다. /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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