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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 기자의 타임아웃] 양의지·마이클 조던·한화 이글스…인성의 시대

등록 2020.06.15 15:26

[김관 기자의 타임아웃] 양의지·마이클 조던·한화 이글스…인성의 시대

14일 오후 대전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 한화 이글스 서스펜디드 경기. 9회 말 한화 노태형이 2사후 주자 2,3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터트리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한 미래 사회에서 인간의 가장 큰 경쟁력이 인성이라는 한 미래학자의 주장이 있습니다. 단순하게 얘기해서 미래에는 기계의 능력이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기에 인간의 필요란 기계를 관리하는 부분에 있을 것이고, 그런 면에서 인성이 조직의 가장 큰 경쟁 요건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객관적일지, 주관적일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많은 회사들이 능력보다 인성을 더 중요하게 평가할 것이고, 이를 규명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찾아낼 순간이 올 것 같다는 주장입니다.

#양의지의 리더십

요즘 한국프로야구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은 '양의지'입니다. 압도적인 1위 팀 NC의 포수인 그는 우선 야구 실력 면에서 올시즌 리그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올라 있습니다. 타격 능력은 물론이고, 포수로서의 리드 능력도 완벽합니다. 후배 투수들에게 늘 '데이터'를 건네며 '야구 얘기'까지 잊지않는 '공부하는 선수'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양의지의 진짜 능력은 기능을 능가하는 인성에 있는 것 같습니다. 무뚝뚝해만 보이는 이 사내의 행동이 꽤나 합리적이라고 합니다. 보통 팀의 주장을 맡으면 구단에 '이것 좀 해주세요, 저것 좀 해주세요' 등 요구들만 늘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양의지는 좀 다르다고 하는군요. 선수단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나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대응을 하는데, 이는 어떤 일에 관해 야구단의 구성원으로서 해야하는 이유와 하지 말하야하는 이유가 후배들에게 제대로 설명될 수 있는 방향으로 통한다고 합니다. 이런 리더십은 구단 내에서 많은 부분의 이유들이 설명되는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경기 중에 "오늘 같은 경기는 지면 안돼"라고 양의지가 덕아웃에서 외치면, 그 이유를 알아들은 동료 선수들이 힘을 내는 '선순환'도 일어납니다.

연말에 음지에서 일만 했던 구단 프런트를 챙긴다던가, 백업 포수들을 꾸준히 돌보는 것은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오는 유재석' 같네요.

#조던의 승부욕

마이클 조던이 농구의 관한 능력에 있어서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요.

최근 미국 ESPN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를 통해서 그가 유명 스포츠 음료 광고에서 멋있게 음료수 이름을 외치는 '포장만 번지르르한' 선수가 결코 아니라는 것도 요즘 부각되고 있습니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상대방에게 거친 '트래시 토크'를 하고, 자신의 동료들까지 강하게 다그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런 선수였습니다. 훗날 서운했다고 언급한 동료들도 있지만, 연습 경기에서조차 늘 강한 승부욕을 발휘했다는 대목에서는 위대한 선수 반열에 오른 선수들의 상당한 공통점입니다.

#작심 발언

프로야구 시즌 초반 한화 이글스 이용규가 방송 인터뷰에서 작심한 듯 심판 판정의 불공정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심판위원장이 해당 심판들을 2군에 내려보내는 등 즉각적인 조치가 나왔습니다. 여론도 이용규가 '옳은 말'을 했다는 쪽으로 흘렀지요.

세상을 바꾸기 위해 '공정'을 외친 투사 같은 행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돌직구'는 좀 더 유연한 방법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뇌피셜'을 전제로, '한화에게는 극도로 공정한 심판 판정만 남았다'는 일종의 '노파심'까지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인지 팀의 18연패 탈출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뛰는 이용규의 모습은 정말 짠했습니다. 이용규가 그 경기 끝내기 결승타를 친 노태형의 지난 겨울 훈련비까지 제공했다는 미담까지 곁들이니 더 절절하네요.

#이글스의 불안 요소

주전들의 부상과 얇은 선수층으로 인한 한화의 팀 성적 몰락은 한용덕 감독까지 사퇴하는 상황을 만들어버렸습니다. 최원호 감독대행이 팀을 새롭게 맡았고, 한화는 18연패 끝에 어렵게 2승을 거둔 상황입니다. 이글스 구단은 연패를 끊고 나서 구단 홈페이지에 지속된 부진에 실망했을 팬들에 대한 사과문까지 올렸습니다.

아직 정규시즌 100경기가 훨씬 넘게 남았습니다. 최원호 감독대행을 향한 정민철 단장의 지원이 있을테지만, 그래도 한화는 안팎으로 흔들릴 수 있는 불안 요소가 많은 팀입니다.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한화 김인식 감독이 경기 후 "타자들이 잘 못치고, 투수들이 잘 못 던지니 질 수밖에"라고 했던 경기 코멘트가 기억나네요. 단순하지만 야구는 잘 치고 잘 던져야 이긴다는 정곡을 찌른 말이지요.

하지만 현재의 한화에는 팀 분위기 등 정신적인 성장도 절실합니다. 양의지처럼 영민하게 맺고 끊을 수 있는 리더십이 요구되고, 마이클 조던처럼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선수단 전체에 필요해 보입니다. 인성이 중요한 시대. 꽤나 '미래적'이네요. / 김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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