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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통합당 반발을 보는 민주당의 생각…황교안 복귀 위한 리더십 흔들기?

등록 2020.06.15 16:33

[취재후 Talk] 통합당 반발을 보는 민주당의 생각…황교안 복귀 위한 리더십 흔들기?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운데),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일부 의원들이 지난 12일 법사위원장 포함 11개 상임위를 여당이 맡고 예결특위원장 등 7개 상임위를 야당이 맡는 여야 원내대표 합의사항에 반발하며 거부했다.

이 안을 의원총회에서 보고했던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원들 비판으로 부결되자 "나도 합의한 적이 없다. 알리기만 했을 뿐"이라고 했다.

초선인 통합당 조수진 의원은 "법사위원장은 견제를 이유로 야당에 주는 게 관례"라며 다른 초선 의원들을 모아 간담회까지 열었다.

차기 법사위원장 후보로 꼽히기도 한 통합당 김기현 의원도 "여당은 야당을 박멸의 대상쯤으로 여기나 보다"며 강력 반발했다.

통합당 장제원 의원 등 소수 의원들이 법사위를 주고 산자위 등 알짜 상임위를 더 받아내자는 취지로 회유책을 냈지만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 몇 인사들은 이러한 통합당의 강경 대응에 주 원내대표가 휘둘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주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통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주 원내대표의 자질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은 주 원내대표가 의원들을 더 적극적으로 설득해 협상이 성공하길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협상은커녕, 민주당의 이런 발언들이 통합당 일부 의원들의 '다른 속셈'에 발맞춰 준 꼴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통합당 초선 의원 같은 갓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까지 법사위원장을 명분으로 싸잡아 가합의안을 반대하고 나선 배후에는 현존하는 통합당의 리더십을 흔들어 박근혜 전 대통령 측, 특히 대표적 인물인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다시 중앙 무대로 이끄려는 뜻이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본격 대선 레이스가 시작될 내년 3월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을 국회로 이끌어준 이른바 '친황(親黃)계' 의원들이 야권 내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히는 황 전 대표 복귀 무대를 만들어 주려 한다는 것이다. 원구성 협상부터 당이 난항을 겪는 모습을 만들어 주 원내대표는 물론,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에 상처를 남기자는 구상일 거란 말이다.

민주당은 그래서 장제원 의원의 소수 의견이 오롯이 개인의 의견은 아닐 것으로 보고 협상에 임하는 분위기다. 주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겉으로는 통합당 강경파와 나란히 여당을 공격하고 있지만, 물밑으로 타협안을 내 어떻게든 협상을 완성시키겠다는 의중이 깔려있을 거라는 얘기다.

주 원내대표에게 원 구성 협상 과정은 민주당과의 싸움이 아닌, 통합당 내부 '권력 다툼 제1라운드'의 결과물이 될 거라는 해석이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TV조선과의 대화에서 장 의원이 제안한 산자위 추가 양보는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날 동시에 "상황 변동이 생기면 변동된 상황에 맞게 수정된 상임위원장 배정안을 낼 수도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법사위원장 확보를 명분으로 당의 리더인 주 원내대표를 압박하고 나선 통합당의 모습이 '아래로부터의 권력' 혹은 '충정', 그것도 아니면 '야당의 몽니'로만 볼 수도 없다는 게 민주당의 속생각이다. 새삼 대선이 머지않았음을 느낀다.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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