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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앵커가 고른 한마디] 코로나 학번의 울분

등록 2020.06.20 19:45

수정 2020.06.20 20:21

영화 ‘치즈인더트랩’ (개강파티)
"유정이 처음 보나? 한 학번 선배야~ 설아 안녕? 설아 나랑 사귈래? "

대학 새내기의 첫 연애는 가슴 설렜고, 두꺼운 전공 서적 하나 옆구리에 끼고 걷는 캠퍼스 풍경은 활기찼지요. 잔디밭에 앉아 먹던 짜장면은 유난히도 맛있었습니다.

올해는 이 짜장면 맛도 볼 수 없고, 첫 연애는 커녕 친구 얼굴 한번 못 봤습니다. 캠퍼스 낭만을 뺏겨버린 20학번 새내기들을, 코로나 학번으로 부른다 하더군요.

어쩌면 이건 귀여운 불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학생들이 "재난상황"이라며 거리로 나왔습니다.

질 낮은 온라인 수업에도 등록금은 그대로라 경제적 부담은 큰데 자격 시험과 채용은 취소돼 갈 곳을 잃었다고 울분을 토합니다. 등록금 일부 돌려달라는 요구에 여야는 또, 세금 투입 카드를 꺼냈습니다.

이해찬 대표 / 더불어민주당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책을 함께 강구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 미래통합당
“3차 추경 예산 편성 과정에서 대학 등록금 관련을 분명하게 설정해"

정치권이 나라 곳간부터 열고 보는 '재정 만능주의'에 빠진 건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대학들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등록금 인상할 때는 '자율'을 외치더니, 등록금 반환은 교육부 지침이 없으면 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댑니다.

우리나라 4년제 사립대의 등록금은 OECD 국가 중 4번째로 높습니다. 그러나 한국 대학의 경쟁력은 부끄러운 수준이죠. 세계 대학 평가에서 국내 대학은 17년째 30위에 들지 못했고 가까스로 37위에 서울대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며 혈서를 쓴 학생은 "등록금 300~400만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아버지 어머니의 희생, 미래를 담보로 맡긴 소중한 돈"이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목소리에 학교와 정부는 얼마나 귀 기울였는지, 학생들은 되묻습니다.

최인성 / 경희대 총학생회장(지난 15일)
"등록금을 징수하고 운영하는 학교 본부와 학생들의 소통이 원활히 잘 된 학교가 전국에 어디 하나 있습니까? 이 혼란속에서 교육부는 어떤 역할을 했습니까?"

정부와, 대학, 그리고 정치권이 현명한 답을 해주길 바랍니다.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코로나 학번의 울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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