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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이병철과 이건희의 삼성, 그리고 이재용의 삼성

등록 2020.06.21 19:45

수정 2020.06.21 20:03

1973년 당시 이병철 삼성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하는 옥포 대우조선 기공식에 행사 이틀전 불참을 통보했습니다. 속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댔지만, 실은 당시 청와대가 삼성을 차별한다는 불만 때문이었다고 하죠.

창업주 이병철은 삼성을 명품기업으로 만드는 데 주춧돌을 놓은 기업가였지만, 서슬퍼런 정부에 할 말은 하기도 했습니다. 아버지에 이어 삼성을 1등기업으로 만든 이건희 회장도 정치만 4류라면서 권력과 각을 세운 적이 있었죠.

이건희 / 삼성전자 회장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中)
"농담이 아니야.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봐"

이건희 /  삼성 회장 (2007년, 1월 전경련 회의 뒤)
"우리나라 전체가 정신을 안차리면 4~6년 후에는 큰 혼란이 올 것입니다."

이건희 / 삼성 회장 (2011년 3월 10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
"(이익공유제라는 게) 이해도 안 가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지금 이재용의 삼성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위기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시작으로 '탈법 승계 의혹' 까지 엮여 4년째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지요. 50여 차례의 압수수색에 이재용 부회장은 세 차례나 구속심사를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권력에 엎드리는 3세의 모습으로 비쳐졌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016년 12월 최순실 청문회)
"그런.. 기억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이재용, 문 대통령에 4차례 90도 인사 (2018년 7월 10일)

이재용 / 삼성전자 부회장 (2019년 4월 30일)
"(대통령님께서) 당부하신 대로 확실한 1등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재용 / 삼성전자 부회장 (2020년 6월 9일)
"(계속 부인하시나요?) 늦게까지 고생하셨습니다."

지난 5월, 재구속 위기에 처했을 때는 4세 승계를 포기하겠다는 마지막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무노조 경영 포기를 선언한 전후 삼성 계열사 여섯 곳에 노조가 생겼고, 삼성전자 3노조는 민노총과의 연대를 추진 중입니다.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는 당연히 보호돼야 하지만, 많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잦은 파업으로 논란이 됐던, 그래서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닌 민노총이 득세하면 삼성의 경쟁력도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자칫 포스코나 KT처럼 정권의 입김에 취약한 공룡기업이 될 거란 이야기도 있지요. 그래서 재계에선 이병철, 이건희가 왕왕 보여줬던 강단이 아쉽다는 말들이 나오는 모양입니다.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이병철과 이건희의 삼성, 그리고 이재용의 삼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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