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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 기자의 타임아웃] 음주운전 직후 금메달…강정호의 아슬아슬한 병역특례

등록 2020.06.24 16:59

[김관 기자의 타임아웃] 음주운전 직후 금메달…강정호의 아슬아슬한 병역특례

/ 연합뉴스

강정호는 검은 양복에 검은 마스크 차림으로 등장해 허리를 90도로 숙였습니다.

2009년부터 시작된 음주운전 사건들에 대한 첫 공식 사과, 2020년 6월 23일의 일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무지했고 어리석었던 것 같습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복귀 후 연봉 기부, 음주운전 캠페인 참여 등을 약속했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합니다. 늦었습니다.

#음주운전과 국가대표팀 '루틴'

날짜 별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그의 첫 번째 음주운전은 2009년 8월 3일이었습니다. 혈중알콩농도 0.094% 면허정지 수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구단이나 KBO에 알리지 않았죠.

그는 음주운전 적발 이후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에 참가하게 됩니다.

'당당하게'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강심장'의 강정호는 날아다녔습니다. 대만과의 결승전 홈런을 포함해 13타수 8안타 3홈런 8타점으로 한국 대표팀의 금메달을 이끌었습니다. 강정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특례까지 거머쥐게 됩니다.

두 번째는 2011년 5월 11일입니다. 이번에는 한 술 더 떠 혈중알콩농도 0.150% 면허취소였습니다.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벌금 300만원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알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고 난 뒤 그는 201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 태극마크를 또 달게 됩니다. 9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을 기록했습니다. 해외 스카우트들을 상대로 '쇼케이스'를 제대로 했습니다.

그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도 야구국가대표가 됐습니다. 14타수 4안타 2홈런 7타점 5득점으로 변함없이 '이름값'을 해냈죠. 대한민국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2번 연속으로 이뤄냈습니다.

세 번째 음주운전은 2016년 12월 2일입니다. 이 때도 혈중알콜농도가 0.084% 면허정지 수치였네요. 도로시설물 파손 및 차량 2대 손괴 후 도주해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또 사건 조사 과정에서 운전자를 허위로 신고했고, '음주운전 삼진아웃제'를 적용받아 면허가 취소됐습니다.

2009년 5월부터 시작된 세 번의 음주운전과 세 번의 국가대표팀이 일종의 '루틴' 같네요.


 

[김관 기자의 타임아웃] 음주운전 직후 금메달…강정호의 아슬아슬한 병역특례
/ 연합뉴스


# '아슬아슬했지만 성실했던' 병역 의무 이행


그럼 그에게 주어진 국가적인 혜택, 병역특례는 어찌되는 것일까요. 결론은 "강정호가 34개월을 '잘 복무해서' 병역의무는 다 마쳤다"입니다.

보통 병역특례라고 하는데 공식 명칭은 예술체육요원입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는 예술체육요원이 될 수 있고, 그 자격을 얻은 선수는 해당 기간 동안 해당 분야에 종사해 의무 사항을 준수하면 군필이 됩니다.

병역특례가 재검토되는 것은 금고 이상형을 받았을 때입니다. 강정호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로 2011년에 병역특례를 적용받았습니다. 그리고 2014년 7월에 병역 의무를 끝냈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두 번째 음주운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는 벌금형이었죠. 이 부분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형법에서 형의 종류는 벌금<금고<징역 순서입니다. 벌금은 예술체육요원 자격 박탈 사항이 아닌 것이죠.

강정호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2014년 7월에 끝납니다. 병역 의무를 마치게 된 것이죠. 대한민국에서는 34개월만 '성실하게' 군복무를 하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강정호는 이후 2016년 음주운전으로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을 받았습니다. 금고 이상형이지만 이미 군필인 강정호에게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만 체육연금은 박탈입니다. 체육인 복지사업 운영규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확정됐을 때에는 연금 수령 자격을 잃는다고 돼 있습니다. / 김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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