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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원자력학과 하반기 지원 3년 연속 '0명'…"탈원전 여파"

등록 2020.06.29 11:42

수정 2020.06.29 11:58

카이스트(KAIST)에서 올해 하반기 원자력 전공을 선택한 학생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이스트는 매년 신입생 전원을 학과 구분 없이 단일 학부로 뽑아 가르친 뒤 1년에 두 차례 2학년에 진학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학과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매년 3월 입학생은 12월에, 9월 입학생은 다음 해 6월 전공 학과를 선택한다.

카이스트는 지난해 9월 입학생 중 올해 하반기 전공을 선택한 학생 110명 가운데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전공 선택자가 0명이라고 29일 밝혔다. 신청 대상 16개 학과 가운데 지원자가 0명인 곳은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뿐이다. 상반기 지원자는 7명이었다. 이로써 올해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전공을 선택한 학생은 상반기 지원자 7명이 전부다.

원자력 전공 선택자는 탈원전 정책이 시행되기 전인 2016년엔 한 해 22명에 달했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이 추진된 2017년 9명으로 줄었고, 2018년 5명, 지난해엔 4명으로 급감했다. 특히 가을학기에 들어온 외국학교 출신이나 복학생들이 전공을 택하는 2학기엔 지원자가 3년 연속 0명이다.

다른 대학도 사정은 비슷하다.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올해 하반기 진학 예정자 37명 중 원자력공학과 선택자가 1명이라고 29일 밝혔다. 상반기 지원자는 3명이었다. 2017년엔 한 해 8명이 선택했지만, 2018년 4명, 2019년 3명, 올해엔 4명에 그쳤다.

한국원자력학회에 따르면, 원자력 관련 학과가 있는 전국 18개 대학에서 원자력 전공 신입생(학부 기준)은 2017년 586명에서 2018년 530명, 지난해 489명으로 내리 감소세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여 지금처럼 멸종 위기로 내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미국 중심으로 미래 원자력 기술 개발이 활성화되는 시점에 우리의 미래기술투자와 우수 인력 확보는 내리막을 걷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승준 유니스트 원자력공학과 학과장도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은 세계적 수준인데 과학적 측면이 아닌 정치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점이 아쉽다"며 "학생들에게 죽어가는 분야라는 인식을 주면 추후 인력 부족으로 우리의 국제적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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