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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추미애의 '팔짱 역사'

등록 2020.06.29 19:34

수정 2020.06.29 19:57

[취재후 Talk] 추미애의 '팔짱 역사'

/ 연합뉴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도 송광수 전 검찰총장과 갈등을 겪었지만 낮에 함께 식사한 뒤에 팔짱을 끼고 나오지 않았나"

더불어민주당 내 소신파로 꼽히는 조응천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던진 조언이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 앞에서 "내 지시의 절반을 잘라 먹었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공개 면박을 준 추 장관을 비판한 것이다.

조 의원은 "거친 언행에 말문이 막힐 정도"라고 했지만, 추 장관은 "언어의 품격을 지적하는 것이라면 번지수가 틀렸다"며 사과 없이 버티고 있다.

추 장관의 이른바 '돌격' 스타일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언행을 두고는 19년 전 술에 취해 기자들 앞에서 "X 같은 조선일보", "이회창이 이놈" 같은 막말을 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추 장관을 향해 '언어의 품격'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비단 최근 상황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닐 거란 뜻이다.

이런 추 장관에게 팔짱을 권한 조 의원의 제안이 지금의 '강성 추미애'에 대입하기에 허무하게 들린다는 말이 많다.

하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취재후 Talk] 추미애의 '팔짱 역사'
/ 조선일보 DB


추 장관은 지난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신임 대표가 예방을 오자, 별안간 홍 대표의 팔을 잡아채 팔짱을 꼈다.

당시 추 대표는 "우리가 협치를 굳게 국민들 앞에서 약속한다는 의미에서 팔짱 한 번 끼실까요"라고 먼저 제안했다. 홍 대표가 주뼛한 모습을 보이자, 추 대표가 나서서 홍 대표의 팔을 잡아 올리며 "이렇게 좀 적극적으로"라고 말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하라는 대로 하겠다"라며 겸연쩍게 웃었고, 추 대표는 "감사하다"고 답해 좌중의 웃음을 이끌었다. 의도였는지 모르겠지만, 추 대표는 한국당의 상징과 비슷한 핑크색 재킷을 골라 입기도 했다.

 

[취재후 Talk] 추미애의 '팔짱 역사'
/ 연합뉴스

물론 추 대표의 '팔짱 역사'가 협치의 뜻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 3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추 장관은 소년원 아이들로부터 세배를 받는 법무부 홍보 영상이 지적을 받자, 등을 의자에 기댄 채 팔짱을 껴 불편한 기색을 가감 없이 표출했다.

곧장 태도 논란이 일었다. "듣기 민망하다. 그만하시죠"라고 야당 의원의 말을 잘라 언짢은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추 장관이 지난 25일 윤석열 총장을 공개 저격할 땐 팔짱은 끼지 않았다. 대신 책상을 '탁' 내리치고, 언성을 높이는 비언어적 표현을 썼다.

조 의원 제안대로 추 장관이 또다시 팔짱을 끼게 된다면, 이번엔 협치와 반목 중 어느 쪽이 될까. 연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추 장관의 도발적 언사가 엄정한 법치 제도 확립 외에 '다른 목적'을 염두에 뒀다는 오해를 피하려면 말이다.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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