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귀를 씻다

등록 2020.07.03 21:51

수정 2020.07.03 22:00

설악산 자락에서 태어나 평생 그 품에 살다 떠난 '설악의 시인' 이성선. 깨끗한 언어로 산과 자연을 찬미하며 산과 한몸이 되고자 했던 그의 시 한 편 들어보시지요.

"산이 지나가다가 잠깐, 물가에 앉아 귀를 씻는다. 그 아래 엎드려 물을 마시니, 입에서 산 향기가 난다…"

국립중앙 박물관이 소장한 고려 청동거울입니다. 뒷면에 속세를 떠나 살던 허유와 소부 이야기를 새겨놓았습니다.

잘 아시듯, 허유는 요 임금이 나라를 다스려달라고 하자 '못 들을 말을 들었다'며 흐르는 물에 귀를 씻었습니다. 그러자 소부는 '그 더러운 물을 소에게 먹일 수 없다'며 강 상류로 갔다고 하지요.

"우리 사회 지금 특징은 악다구니… 쌍소리, 욕지거리로 날이 지고 샙니다…"

말이 타락한 시대에 지난 한 주도 차마 못 들을 말, 차마 못 볼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그칠 줄 모르는 것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여권의 천박한 말 폭탄입니다.

이분들 말을 빌자면, 윤 총장은 '건달 두목'이고, 윤 총장이 소집한 전국 검사장회의는 '똘마니들의 규합'이며, 검찰은 '후지고 또 후진 집단' 이랍니다. 이런 여권의 공세에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깡패 같은 짓"이라고 맞받았으니 누가 누구에게 품격을 따질 처지는 아닌 듯 합니다.

추경예산 심의는 또 어떤가요. 여당 단독 국회가 도리어 3조원을 늘려준 데 이어 몇몇 의원이 자기 지역구 예산 끼워 넣기를 시도했다고 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민노총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처럼 어렵게 합의를 본 노사정 대타협안을 걷어 찼습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철인삼종 선수가 폭행당하던 순간의 음성파일은 하도 끔찍해서 차마 들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를 가방에 가둬 숨지게 했던 의붓엄마는 가방 위에 올라가 발을 구른 혐의가 추가됐고, 화성 연쇄살인범 이춘재는 '무료해서' 범행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렇게나 더럽혀진 귀와 눈을 도대체 어떻게 씻어야 할까요. 시인이 처방전을 써줍니다.

"뭉게구름 90일분. 시냇물 소리 90일분. 불암산 바위 쳐다보기 90일분…"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조용히 쳐다보고, 시냇물소리에 귀 기울이고, 의연한 산을 바라보며 마음 다스리라 합니다.

90일까지는 아니어도, 당장 이번 주말 휴일엔 인적 드문 산길이라도 걸으시며 마음을 좀 달래시기 바랍니다.

7월 3일 앵커의 시선은 '귀를 씻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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