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악마를 보았다

등록 2020.07.07 21:52

수정 2020.07.07 22:04

"내 인생이 비극인 줄 알았는데… 코미디였어…"

영화 '조커'는 한 인간이 미치광이 악당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쫓아갑니다. 조커는 분장만큼이나 기괴하고 광기 어린 존재입니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인간의 악마성은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기 마련입니다.

영화 '엑스페리먼트'는 미국 스탠퍼드대의 유명한 심리학 실험을 다룹니다. 평범한 시민 스무 명을 간수와 죄수 역할로 나눠 관찰하지요. 시간이 흐를수록 간수는 죄수를 잔인하게 학대하고, 죄수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순응합니다. 그리고 닷새째 날 파국이 벌어집니다. 실제 스탠퍼드대 실험도 원래 2주 예정이었지만 상황이 워낙 심각해져서 엿새 만에 중단했습니다. 그렇듯 맡은 사회적 역할에 따라 드러나는 인간의 악마성은, 성경의 사탄 이름을 따 '루시퍼 효과' 라고 부릅니다.

고 최숙현 철인삼종 선수의 동료들이 팀 내 권력자들의 학대와 폭력을 증언하면서 "무서웠지만 쉬쉬하는 것이 운동선수들의 세계인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운동을 그만두지 않는 한, 보복이 두려워 고발할 용기를 못 냈다"며 고인에게 사죄했습니다. 그러면서 "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고 "한 달에 열흘 넘게 폭행이 벌어졌다"고 했습니다. 최 선수와 다른 선수를 각기 옥상으로 끌고가 "죽을 거면 혼자 죽어라"고 협박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돼 국회에 선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과는커녕 부인하고 변명하고 발뺌하기 바빴습니다. 의사도 아니고 자격증도 없으면서 팀 닥터로 불렸던 사람은 최 선수를 "극한으로 몰고 가 자살하게 만들겠다"고 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그는 폭언 폭행에 상습 성추행 혐의까지 불거졌지만 잠적해버린 상태입니다. 무슨 범죄집단도 아니고 그들만의 세상에는 법과 상식, 이성 같은 건 아예 없는 듯합니다.

최숙현 선수는 생전에 여러 체육단체와 시청, 경찰서에 알려 도움을 호소했지만 그 어느 곳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스포츠계 폭력이 뿌리 뽑힌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겁니다.

"내가 미친 건가요, 아니면 세상이 더 미쳐가는 건가요?"

스포츠계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를 보며 분노와 환멸과 절망을 내내 떨치기 어렵습니다.

7월 7일 앵커의 시선은 '악마를 보았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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