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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김종인의 '남북 두 국가' 주장…어디까지 '진심'일까

등록 2020.07.08 07:00

수정 2020.07.08 07:23

[취재후 Talk] 김종인의 '남북 두 국가' 주장…어디까지 '진심'일까

지난 6월 24일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김 위원장은 이날 "국제사회에서 두 나라로 인정받은 남북 관계를 국제법 질서에 따른 관점에서 생각을 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발언했다 /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남북관계를 '두 나라'로 규정했다.

그는 "1991년 남북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해 국제사회에서 두 나라로 인정받은 처지이기 때문에 이제는 남북관계도 국제법의 질서에 따른 관점에서 생각을 해야 할 시기가 됐다"면서 '과거의 사고'를 이렇게 설명했다.

"과거의 사고에 젖어서 국제법상에 나타나 있는 두 나라의 관계란 것을 초월해서 특별하게 남북관계의 어떤 관계를 지속할 수 있고, 그를 통해서 통일을 달성할 수 있지 않나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유학했던 독일의 통일 과정을 예로 들면서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동서독이 1972년 '한 민족 두 국가'를 선언하고 유엔에 동시 가입해 피차 독립된 단위로서 일관적인 국제관계의 '룰'에 의해 운영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동독이란 나라가 자체적으로 나라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며 "후견인으로 있었던 소련이 경제적으로 몰락함으로써 독일의 통일이 이뤄지게 된 것"이란 설명이었다.

그날 발언은 언론의 큰 관심을 받진 못했다. 대부분 "남북관계 정상화란 희망에 젖어 지난 3년을 허비했다"는 대정부 비판을 주요 내용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구두로 전해졌던 이날 '김종인의 생각'은 명문화 과정을 거치면서 보다 정확히 규정됐다.

8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기조연설로 나설 예정인 '국회 글로벌외교안보포럼 창립세미나'를 앞두고 사전에 공개된 김 위원장의 축사를 보면, 남북관계 방향이 이렇게 정리돼있다.

"아직도 과거의 사고에 젖어서 국제법상에 나와 있는 두 나라의 관계를 초월해 남북의 특수관계에 집중하면 마치 통일을 손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이 생각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남북특수관계'란 1991년 남북이 채택한 기본합의서에 적힌 개념으로 "쌍방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정해 북한을 독립적인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유엔 동시 가입 등으로 남북 모두 국제사회에선 외교적 관계를 인정했지만, 남북 관계는 그 특수성을 감안해 다뤄야 한다는 원칙이 30년 가까이 유지돼왔다.

당 안팎에선 '남북 특수관계에 집중하지 않고 국제법의 질서인 두 나라로 보겠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남북기본합의서와 현행 헌법, 그리고 통합당의 정강·정책까지 모두 배치되는 입장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이는 좌우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상당히 민감하게 다뤄지는 의제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은 4·15 총선 전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이자 이웃국가로 인정한다"는 공약을 발표했다가 거센 반발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열린민주당 소속인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 "(시민당의 공약은) 당장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를 정면으로 위반한다"며 "한마디로 북한을 좋은 이웃국가로 두자는 것인데 좋은 이웃국가로는 일본이나 중국, 러시아 등이 있고, 북한을 이들과 같은 등급의 관계로 맺어나가자는 것"이란 입장을 냈다.

김 전 대변인은 "이는 통일의 염원을 포기하고 두 개의 나라 두 개의 체제를 이대로 굳혀나가자는 것"이라며 "중국이 홍콩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일국양제'보다도 더 남남의 관계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시민당은 결국 해당 내용을 포함한 '논란의 공약'을 철회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변인 출신 인사부터도 거세게 비판했던 '남북 두 나라' 주장을 보수야당의 대표가 한 발 더 나아간 입장으로 발표한 것은 무시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기본소득' 등 파격적인 경제 아젠다를 제시한 김 위원장이 "헌법 가치가 구현되는 통일을 지향한다"는 내용의 정강·정책은 물론, 멀게는 헌법 개정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6·25 전쟁 당시 공산주의자들에 의한 조모(祖母)의 총살 광경을 목격한 배경에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시절 "전술핵 재배치 검토"를 촉구하는 등 대북 문제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왔다는 평가도 있다.

김 위원장은 남북 유엔 동시 가입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이 이뤄진 1991년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수행하며 그 과정을 깊숙이 지켜본 당사자로, 현역 정치인 가운데 누구보다 당시 사정에 정통한 인물로 꼽힌다. 그가 제시한 '남북 두 국가' 주장을 그저 평범한 정치인의 지나가는 허언(虛言)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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