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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부질없다

등록 2020.07.10 21:48

수정 2020.07.10 21:59

"아이고 데고, 흥, 성화가 났네 헤…" 

흥타령은 이름처럼 흥겨운 노래가 아닙니다. 그리움을 끝도 없는 슬픔으로 토해내는 가락에 빠져들자면 삶조차 부질없습니다.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꿈이로다. 꿈 깨니 또 꿈이요, 깬 꿈도 꿈이로다. 부질없다, 부질없다. 꿈꾸어 무엇하랴…"

죽고 사는 것의 덧없음, 속절없음은 성경 구절에도 절절합니다.

"금그릇이 깨지고… 육체는 본래 왔던 흙으로 돌아가고… 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

서산대사가 열반에 들며 갈파한 인생의 무상함도 죽비처럼 가슴을 때립니다.

"천만 가지 온갖 시비와 생각이, 붉은 화로에 내린 한 점 하얀 눈이더라…"

천만 도시 서울을 이끌어온 박원순 시장의 참담한 소식을 접하며 어수선하게 헝클어진 마음을 고르기 힘듭니다. 하 수상한 시절, 허탈한 배반의 세상에 마음 둘 곳 없음을 절감합니다.

공관을 나서 고개를 떨군 채 걸어가던 길에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의 마지막 걸음을 보며 '홀로 걸을 때 그림자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는 옛말을 떠올립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바른 몸가짐을 하고, 다 듣는 앞에서 고운 말을 쓰기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남이 보고 듣지 않은 곳에 혼자 있을 때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게 살기란 누구라도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그럴수록 '홀로 삼가라'는 옛 가르침이 바로 이 신독(愼獨) 입니다.

하지만 나라를 이끌기 앞서 몸부터 닦고 가다듬는 수신을 그르치는 사람들을 보며 인간의 부조리함에 한숨짓게 됩니다.

"사람은 이성과 감정의 동물이지만 이성은 감정의 노예"라는 말처럼 이성은 감정에 지고 마는 것일까요.

인권 변호사, 시민 운동가에서 최장수 서울시장의 길을 나아가면서 그는 큰 바다를 꿈꾸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망망대해로 나서자 그는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는 마지막 작별의 말에서 그의 뼈아픈 회한이 번져납니다.

7월 10일 앵커의 시선은 '부질없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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