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제 진실의 시간

등록 2020.07.14 21:52

수정 2020.07.16 20:41

한 여성 작가가 연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떠납니다. 연인은 '배신당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합니다. 천재 화가였던 남자의 죽음에 애도가 쏟아졌고, 사람들은 그녀를 '유망한 화가를 파멸시킨 마녀'로 몰아갑니다.

소설가 정세랑의 장편 '시선으로부터'에서 여주인공은 말합니다.

"어떤 극단적 선택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이 알려진 지난 금요일부터 이 소설 판매가 급증했습니다.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책을 사 읽었다는 인증을 올리며 고소인 2차 가해에 항의하는 연대가 벌어진 겁니다. 작가도 "이 지겹고 참혹한 패턴을 깨고 나아가자"고 했습니다.

박 시장 영결식이 끝나고 고소인은 "진실의 왜곡이 난무하는 세상을 향해" 입장을 밝힌다고 했습니다.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소리 지르고 사과 받고 싶었다"고 했지만 허사가 됐습니다. 서울시 5일장에 대해 "50만 넘는 국민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을 보며 다시 느낀 위력에, 숨이 막힌다"고 했습니다.

고소인의 상처를 더욱 후벼팠을 2차 가해의 아픔이 절절합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여당과 지지층의 언행이었습니다. "고인은 맑은 분이었다" "자신에게 엄격했다"거나 "모든 여성이 그만한 남자 친구 만날 수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의혹을 거론하는 것 자체를 죄악시한 여권 분위기는 이해찬 대표가 기자에게 한 욕설이 단적으로 말해줍니다.

고소인 측이 밝힌 피해 사실은 차마 듣기 참담했습니다. 그런데도 민주당 어느 의원은 "침실 같은 말이 부를 오해에 대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떤 검사는 박 시장과 팔짱 낀 사진을 올리며 "내가 박 시장을 추행했다. 여자가 추행이라고 주장하면 추행" 이라고 했습니다. 더 나아가 여당 의원은 "고인이 죽음을 통해 미투 처리의 전범을 몸소 실천했다"고 했습니다. 이런 말을 듣는 피해 여성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페미니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고인 역시 평소 유난히 여성 인권을 강조해 온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피소와 수사 상황 유출, 서울시 방조 의혹까지, 음침한 뒤안길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두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마땅합니다. 그것이 고인을 위한 길이기도 합니다. 진실은 덮어서도 안 되고 결코 덮을 수도 없는 겁니다.

7월 14일 앵커의 시선은 '이제 진실의 시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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