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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무공천 당헌' 만든 與 혁신위원들마저 '성범죄=중대 범죄?' 해석 제각각

등록 2020.07.17 08:00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 

더불어민주당 당헌 제96조 2항은 지난 2015년 6월 문재인 당시 새정치연합 대표 산하 당 혁신위원회가 만들었다.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으로 궐위가 된 서울시장 자리에 민주당이 후보를 내선 안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근거이다.

당시 혁신위원회 구성원들과 접촉해봤다.

한 변호사는 당헌 개정 논의 당시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 이라는 표현에 성범죄를 넣기로 했는지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당시는 '미투 운동' 전이어서 성범죄에 대한 명확한 논의는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한 광역의원 역시 성범죄 포함 여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이 의원은 당헌 개정 작업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성범죄가 중대 잘못에 포함된다고 보냐는 물음에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당시 혁신위원이었던 현 국회의원도 "성범죄가 중대 잘못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며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선 안 된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앞서 통화한 변호사는 "확정적으로 답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헌을 만든 사람들 사이에서도 박 전 시장 건을 둘러싸고 각기 다른 해석들을 내놓는다.

왜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 등 해석의 여지가 많은 표현들을 넣었는지에 대해선 "범죄 항목으로 나누려면 너무 다양할 것이기 때문에 일일이 명시하지 못한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2018년 천안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시장직을 잃었지만, 뇌물수수 등이 아닌 '후원금 문제'가 원인이라는 이유로 당헌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전 혁신위원은 "'부정부패 등'에 뇌물 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등을 통상적으로 포함하기로 했다는 것은 당시 합의 사항이었다"고 했지만, 일이 터지자 또 세부 조건을 달아 논란을 피하도록 한 것이다.

보이지 않는 두루뭉술한 단어들로, 그때그때 입맛에 맞는 결정을 내리도록 그물망을 헐겁게 해놓은 민주당 당헌이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에 직면한 까닭이다. 일각에선 "해당 당헌으로 그대로 효력을 발휘한 적이 있었느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앞으로 민주당이 내놓는 어떠한 대책들도 유명무실하게 들릴 빌미가 될 수 있다.

전 혁신위원도 통화에서 "당헌·당규를 해석하다 보면 다툼의 여지가 많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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