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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앵커가 고른 한마디] 대한민국의 '미스 김'

등록 2020.07.18 19:43

수정 2020.07.18 20:41

"이것 봐, 커피 빼와!"

"난 급사가 아니라고요, 당신들과 똑같은 이 회사 정식 사원이지, 이 회사 다방 직원이 아니라고요"

지금은 볼 수 없는 광경이지만 이 영화가 개봉했던 1990년대 초만 해도 회사에서 경리 업무 등을 도맡으며 상사의 커피심부름을 하는 여직원, 일명 미스 김이 있었습니다.그러다 외환위기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미스 김들이 우선적으로 회사를 떠나야했고 그 자리는 믹스커피가 대신했다죠.

스스로 커피를 타 마시는 문화가 정착되며 97년을 기점으로 믹스커피 시장은 급성장했습니다. 물론 '미스 김'의 부재 때문만이 아니고 여성의 지위 상승과 남녀 평등 인식이 커피 문화가 바뀌는데 더 큰 몫을 했습니다.

지난해 유럽연합은 사상 처음으로 여성 수장을 맞이했고 보수적인 일본에서도 4년 전 여성 최초의 도쿄도지사가 탄생했습니다. 한국은 이미 여성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배출했죠. 그러나 이들의 성공 스토리로 우리 사회가 달라졌다 말하기엔 '미스 김'의 잔재가 여전합니다.

故 박원순 시장 / 2014년 세계여성의 날 기념식
"억압 차별 소외 빈곤 그래도 서울시에선 좀 나아지고 있죠 여러분? 더 열심히 더 함께 여성이 행복한 세상 만들어가겠습니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던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겠다며 젠더특보 자리까지 만들었던 대한민국의 심장부, 서울시 청사. 역설적이게도 이곳에서 여성 비서는 남성 비서와 다르게 '기쁨조' 역할을 요구당했고 주변에선 이를 방조했다고 피해자는 호소합니다. 그 행위들은 입에 담기 거북해 일일이 거론하진 않겠습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실을 폭로한 김지은 전 수행비서도 늦은 밤 술, 담배 심부름을 거스를 수 없었다고 증언한 바 있죠.

김지은
"지사님 얘기에 반문할 수 없었고 그에 따라야 되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성 인식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한국의 성평등 순위는 세계 153개국 중 108위, 여전히 바닥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얼마 전엔 경찰의 마스코트 포순이가 속눈썹을 떼고 옷은 치마에서 바지로 갈아입었습니다. 성차별 편견을 없애겠다는 건데 중요한 건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의 시선이겠지요. 남성, 여성이 아닌 같은 인격체로 바라본다면 이 불편한 뉴스들은 더이상 나오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대한민국의 미스 김"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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