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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공식적인 '거짓말', 엇갈린 결과…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등록 2020.07.20 10:36

수정 2020.07.20 10:51

[취재후 Talk] 공식적인 '거짓말', 엇갈린 결과…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장면 1.

2016년 10월13일 국회 국정감사장.

국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조윤선 당시 문체부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존재에 대한 거듭된 질문에 한결같은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아니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 받았습니다" 혹은 "저는 없다고 보고를 받았습니다"였습니다.

 

[취재후 Talk] 공식적인 '거짓말', 엇갈린 결과…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장면 2.

2018년 5월 29일. KBS TV 토론회.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후보는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 보건소장 통해서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는 상대 후보의 추궁에 이렇게 응수했습니다.

"그런 일 없습니다."

1주일 뒤 열린 두번째 TV 토론회에서도 재차 부인했습니다.

"우리 김영환 후보께서는 저보고 정신병원에 형님을 입원시키려 했다 이런 주장을 하고 싶으신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닙니다."

●공식적인 '거짓말', 엇갈린 결과

두 사람 다 본인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한 '거짓말'을 내놓았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체부 블랙리스트는 물론, 화이트리스트까지 존재했다는 사실을 다수 증거로 밝혀낸 건 이미 아실텐데요.

조 전 장관은 결국 '위증죄'로 기소돼 1,2심에서 모두 유죄 판단을 받았습니다. 대법원에서도 위증에 대한 다툼은 없었습니다.

거짓말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이재명 경기지사는 어땠을까요.

1심에서부터 대법원까지 검찰의 공소사실 중 이 지사가 형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사실을 인정했는데요.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선 해당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 회피',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음' 등이 무죄 판단 이유였습니다.

TV토론회의 경우, 질문과 답변 등 공방이 제한된 시간 동안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뤄져 표현의 명확성의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합니다.

●'소극적 거짓말' 어디까지 허용?

두 사람에게 적용된 위증죄와 허위사실공표죄 자체가 다르지 않나고 하실 분들도 계실텐데요. 맞습니다. 두 죄명의 법적 구성요건은 분명 다릅니다.

둘 다 생방송이었지만, 하나는 국정감사, 하나는 방송국 TV토론회라는 점도 차이가 있긴 합니다.

국정감사장에선 거짓을 말하면 처벌을 받는다는 '증인 선서'를 하지만, TV토론회는 그런 절차가 없죠.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와 법감정에선 두 공식석상 모두 비슷한 무게감을 갖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소수의견을 밝힌 대법관 5인도 이같은 국민 법감정을 지적했습니다.

이 지사가 '형의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밖에 없는 발언을 했다, 즉 거짓말을 했다고 본 것이죠.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공식석상의 '거짓말'도,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표현의 자유로 보고 보호해야 하는 걸까요.

분명한 사실은 청문회건, 국감장이건, TV토론회건 자리의 법적 성격을 떠나 카메라로 송출되는 전파 뒤의 국민 앞에 선다는 겁니다.

국민 판단을 흐리는 또 다른 거짓말에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유지할 지, 다시 판례 뒤집기에 나설지…다음 거짓말이 기다려집니다. /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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