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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진 친구 구조하다 익사…법원 "의사자 인정해야"

등록 2020.07.27 13:53

물에 빠진 지체장애 친구를 구하려다 사망한 남성이 재판을 통해 의사자로 인정됐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숨진 A씨 부인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의사자로 인정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8월 11일 강원도의 한 해수욕장에서 물놀이 중 바다에 빠진 지체장애 친구를 구조하려다 사망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2월 A씨에게 국민추천포상(국무총리표창)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에 A씨의 아내는 지난해 4월 보건복지부에 의사상자 인정 신청을 했으나 복지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복지부는 두 사람이 함께 술을 마신 뒤 바다에 들어갔단 점을 지적하며 '자신의 행위로 인한 위해 상황 발생'에 해당한다는 사유로 불인정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재판부는 "여러 사정에 비춰보면 A씨를 '자신의 행동으로 타인에게 위해를 일으킨 사람'으로 볼 수 없다”며 A씨 부인의 주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적극적으로 술을 마시자고 권하거나 술을 마신 뒤 바다 수영 또는 스노클링을 하자고 부추긴 사정이 없는 이상, 술을 마신 B씨가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A씨가 B씨를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봤다.

보건복지부는 소송 과정에서 "A씨의 구조행위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추가했지만 이 역시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구조 활동은 했지만 함께 술을 마셨기 때문에 위험의 원인을 제공했으므로 의사자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 보건복지부가 재판에 와서 입장을 바꿔 '구조 활동을 안 했다'는 주장을 새롭게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B씨가 비록 몸이 불편해도 수영 실력이 있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B씨가 사고 당일 스노클링 장비를 빌려 바다에서 20분 동안 여러 차례 50∼60m를 반복하며 유영할 정도로 기본적인 수영 실력이 있었다"면서 지체장애가 있다고 해서 수영을 말리지 않은 것이 A씨의 잘못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 최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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