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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지금이라도 일본 탈피"…검찰총장 지휘권 박탈 근거가 '왜색(倭色)?'

등록 2020.07.29 19:16

수정 2020.07.30 09:40

[취재후 Talk] '지금이라도 일본 탈피'…검찰총장 지휘권 박탈 근거가 '왜색(倭色)?'

/ 연합뉴스

"한국의 검찰조직은 지금이라도 일본 검찰의 조직체계와 구조에서 탈피하여…."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내놓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폐지 권고 부분 첫 문장이다. 1949년 만들어진 우리 검찰청법이 일본 검찰청법을 그대로 베낀 것이라는 설명도 담았다. "문명국가 중 우리나라처럼 검찰총장에 권한이 집중된 경우는 찾기 어렵다"거나 "일본 외에는 그 입법례를 찾기 어렵다"는 표현도 등장한다. 유독 일본을 닮았으니 이번 기회에 바꿔보자는 논리였다.

■ 日 참고했지만 '정치개입' 배제 고민 담겨

검찰개혁위 말대로 국내 검찰조직은 일본제도를 참고해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 검찰청법엔 일본에 없는 디테일이 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감독자'라는 조문 등이다.

1949년 검찰청법 제정 당시 정창운 대검찰청 검사는 이 표현이 들어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검찰사무가 국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최고감독기관은 법무부 장관으로 한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당정치로 나갈 적엔 항상 정당의 당략으로 이용되지 않을까 함에 있습니다."

법무부 장관 위에 대통령이나 여당 등 다른 '감독자'가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의 역할을 ‘지휘’와 ‘감독’으로 갈라 놓았다.

현 정부 초기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을 지낸 문준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만을 지휘하게 한 것을 두고 정치적 간섭을 배제하기 위한 장치"라고 했다.

 

[취재후 Talk] '지금이라도 일본 탈피'…검찰총장 지휘권 박탈 근거가 '왜색(倭色)?'
 


■ 與, 형사사건 공개금지땐 '도쿄지검 사례' 내세워

지난해말 조국 전 법무장관 수사와 맞물려 추진된 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대한 규정 수정작업 당시 여권은 일종의 선진 사례로 일본을 내세웠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 당시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도쿄지검은 특정 인물을 거명해 용의자로 표현하거나 앞으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고 보도하면 그 언론사의 출입을 정지시킨다"며 언론 보도제한 방법을 마련하라고 검찰을 다그쳤다.

뒷얘기지만, 당시 서울 주재 일본 기자들은 법무부가 일종의 취재 제한조치로 일본 도쿄지검 사례를 사용한 것을 자국내 사법기자단에 알렸다. 일본 기자단 차원의 대응 움직임까지 있었다.

당시 한 일본 기자는 "도쿄지검엔 출입금지 규제 관련 문건은 존재하진 않는다"며 "오보로 규정해 출입제한을 할 수 있다는 훈령 근거로 일본 사례가 나오니 황당했다"고 했다.

 

■ 현직 검사,"법률가 양심 묻겠다" 檢개혁위 질타

서울중앙지검 소속 김남수 검사는 29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71년전 정 검사가 우려한 것처럼 이번 권고안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가능성을 강하게 질타했다.

"정말로 법률가의 양심을 얹고, 법치주의의 방에서 역할을 하고 있는 법조인의 상식적인 이성을 걸고, 법무부 장관이 고검장에게 직접 지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휠씬 더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인사청문회를 거쳐서 임명되고, 임기가 보장되는 검찰총장보다 일선 고검장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나 입김에 더욱 취약하지 않다고, 정말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검찰수사에 대한 최종 책임과 함께 그 결정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지게되는 검찰총장보다 다음 인사가 남아있는 일선 고검장이 정치적 독립에 더욱 취약하지 않다고, 정말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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