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게 나라입니까

등록 2020.07.30 21:52

수정 2020.07.30 22:17

23년 전 무명배우 송강호가 이름을 알렸던 영화 '넘버 쓰리' 입니다. 삼류 조폭 두목을 연기하며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던 명장면부터 보시지요.

"현정화 걔도 라면만 먹고 육상에서 금메달 세 개씩 따버렸어" (임춘애입니다, 형님)
"내가 현정화라고 하면 무조건 현정화야!. 내 말 토 토 토 토다는 놈은 배반 배반 배반형이야!" 

보스의 말에 토를 단 죄로 부하는 무자비하게 얻어맞습니다. 무조건 복종은 조폭세계를 떠받치는 철칙입니다.

영화에서 또 하나 독특한 인물이, 샌드백을 치며 복싱연습을 하는 이 남자입니다. 법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다혈질 검사 마동팔입니다.

어제 한동훈 검사장 사무실에서 벌어진 압수수색 장면은 하도 황당해서 영화인지 현실인지, 듣고도 못 믿을 지경입니다.

양측 주장이 엇갈립니다만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부장이 한 검사장 휴대전화를 빼앗으려고 물리력을 행사했다는 부분은 일단 일치합니다. 

한 검사장은 압수팀 양해를 얻어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려고 비밀번호를 푸는 순간 정 부장이 몸을 날려 넘어뜨리고 올라타 얼굴을 찍어 눌렀다고 했습니다. 반면 정 부장은 비밀번호를 열어 정보를 지운다고 판단해 제지했다고 했습니다.

몸싸움 뒤 정 부장은 정형외과 진찰을 받고 응급실에 드러누운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인데요, 쌍방 폭행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압수수색은 "한 검사장 수사를 중단하라"는 수사심의위 권고를 거부한다는 선언입니다. 법무장관 쪽이 세력다툼이라도 하듯 검찰총장 쪽을 밀어붙이다 벌어진 막장극은 어디서 왜 비롯된 걸까요. 제가 구구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아실 겁니다.

다시 영화 '넘버 쓰리'입니다.

"한판 뜹시다"

검사가 조폭과 엉겨 치고받은 뒤 말합니다.

"세상 정말 깡패투성이야. 니들만이 깡패들 아니야…"

그리고 '카오스 혼돈 무질서 대혼란' 이라는 자막이 뜹니다.

거대 여당이 일방적 입법을 거침없이 밀어붙이고, 감사원장이 맘에 안 든다고 노골적으로 흔들어대고, 수사심의위 권고를 뭉개고, 검사가 육탄전을 벌이고... 정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혼돈이 지금 이 나라에 몰아닥치고 있습니다.

7월 30일 앵커의 시선은 '이게 나라입니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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