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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등록 2020.07.31 21:51

수정 2020.07.31 22:11

강렬한 원색의 이 그림, 무슨 형상으로 보이십니까.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하늘을 떠다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야수파 화가 마티스가 종이를 오려 붙인 작품 '이카로스' 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이카로스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인간의 욕망과 한계를 상징합니다. 그는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날아오릅니다. 하지만 경고를 무시하고 태양 가까이까지 올랐다가 밀랍이 녹으면서 추락해 죽습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이문열 소설로 잘 알려진 이 말은 오스트리아 시인 바흐만의 시 한 구절입니다. "날개가 없으면 추락하지도 않는다"는 은유가 이카로스 신화와 닿습니다. "놀이는 끝났다"는 시 제목은 이카로스가 부렸던 오만의 종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백일흔여섯 석 커다란 날개를 단 수퍼 여당이 이륙하자마자 아찔하게 고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연일 의사봉을 두드려대는 1당 입법부를 정의당은 "정부안 통과만이 목적인 통법부" 라고 불렀습니다.

이낙연 의원은 "여당의 첫걸음이 뒤뚱뒤뚱해서 국민께 미안하다"고 했습니다만 집권 여당의 폭주를 어린아이 걸음마 정도로 비유한 것 자체가 적절치 않습니다.

이른바 권력기관 개혁안은 검찰의 수사 기능을 대폭 축소했습니다. 그 취지를 백번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윤석열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당부했던 '살아 있는 권력 수사'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려울 겁니다. 이렇게 되면 당장 울산선거 개입 의혹 같은 권력형 사 건들은 어떻게 할 것이며, 검찰 개혁의 요체인 정치적 중립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걱정되는 대목이 적지 않습니다.

말과 표정을 유불리에 따라 일거에 바꾸는 행태는, 윤 총장에 이어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그대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미담 제조기로 소문난 인물로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수호할…"

그러더니 엊그제 세 시간을 몰아붙이면서 사퇴까지 요구했습니다. 여당 법사위원장은 감사원장의 답변 태도를 지적하며 마치 어린아이 나무라듯 했습니다. "탈원전이 대선공약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국민적 합의가 됐다고 볼 수 있느냐. 대통령 득표율은 41퍼센트"라는 발언이 여당의 귀에는 용납할 수 없는 배신으로 여겨졌던 모양입니다.

감사원장이 이런 말조차 할 수 없다면 차라리 감사원을 없애는 게 나을 겁니다.

아무리 날개가 크고 강해도 욕심껏 한없이 오를 수는 없는 법입니다. 이성과 절제를 잃고 하늘 높은 줄 몰랐던 이카로스의 운명을 생각해 보라고 권합니다.

7월 31일 앵커의 시선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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