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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진실은 힘이 세다

등록 2020.08.03 21:49

수정 2020.08.03 21:55

2015년 미국 흑인교회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 장례식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추도사를 하다 말고 25초 동안 침묵합니다. 그러더니 조용히 찬송가를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따라 부르며 이내 눈물 어린 합창으로 번집니다. 오바마가 워싱턴 낡은 다리에서 한 키브리지 연설에는 공허한 수식어가 일절 없습니다. 낙후된 교통 기반시설의 생생한 현황과 수치를 제시하며 야당을 설득한 모범적 정책연설로 꼽히지요.

1832년 스물여섯 살 멕시코 초선 주 의원이 의회 연단에 섰습니다. 하지만 키 백37센티미터의 이 원주민 풋내기에게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말없이 서 있다 장내가 조용해지자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자유를 달라. 존엄을 달라…" 30년 뒤 멕시코 첫 직선 대통령이 된 베니토 후아레스입니다.

화제가 된 윤희숙 통합당 의원의 국회 5분 연설에는 화려한 수사도, 과장된 제스처도, 요란한 성토도, 도덕적 설교도 없었습니다. 주택임대차 3법이 졸속 강행 처리되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낮은 목소리로 찬찬히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초선 의원의 이 짧은 연설이 셋집 살거나 내주는 당사자를 떠나 두루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것은 왜일까요. 국민의 이성과 상식에 들어맞는 논리,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진실의 힘 덕분일 겁니다.

그러자 여당 의원 여럿이 저격에 나섰습니다. 마음이 급해졌다는 뜻일 겁니다. 어느 초선 의원은 "모두가 월세 사는 세상은 좋은 현상" 이며 "전세 소멸을 아쉬워하는 것은 과거 개발시대 의식수준" 이라고 했습니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전세 사는 서민들은 과거 사고에 사로잡힌 무지몽매한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주무장관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전세의 월세 전환으로 서민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걱정했다는 데 이 분은 대체 어디서 오신 분인지 궁금합니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3선 의원은 윤 의원 연설에 대해 "이상한 억양 없이 말하는 건 그쪽에서 귀한 사례"라고 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이상한 억양'은 특정 지역 사투리가 아니라 '공격적인 톤' 이라고 해명했습니다만, 해명을 하면 할수록 스텝이 자꾸 꼬입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누구 말이 맞는지 시청자 여러분이 다 판단하시리라 믿습니다.

8월 3일 앵커의 시선은 '진실은 힘이 세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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