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9

첫날부터 먹구름 낀 8·4 공급책, 시장 갈증 해소시킬까

등록 2020.08.04 21:14

[앵커]
정부가 야심차게 공급 대책을 내놨는데 당장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관계 당사자들과 사전 협의가 과연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인데 경제산업부 지선호기자에게 자세히 좀 물어보겠습니다. 

지선호기자 수도권에 13만호 이상을 새로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일단 평가는 어떻습니까?

[기자]
일단 오늘 나온 물량이 13만2000호 입니다. 기존에 10만호 플러스 알파를 예상했는데, 차이가 크지 않아서 시장이 놀랄 정도는 아니라는 게 첫 평가였습니다. 각론으로 들어가서 신규 부지 3만호 공급 중에서 관심의 촛점인 강남지역은 2000호 정도에 그쳤습니다. 그래서 강남 지역을 포함해 공공재건축으로 5만호, 공공재개발로 2만호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어디까지나 해당 지역 조합이 참여의사를 밝혀야 가능하기 때문에, 공급 물량의 절반 이상은 유동적이라고 봐야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공공 재개발, 재건축이 관건인데 조합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용적률을 상향하고 층수를 50층까지 올릴 수 있다고 해도, 기존 조합에 돌아가는 이익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 때문에 주요 조합들은 공공재건축 참여에 부정적입니다. 분양가상한제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로 인해 이미 수익성이 떨어지는데 또 공공재건축으로 수익성을 갉아먹는 거 아니냐, 기존 규제를 좀 완화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입장이었습니다. 

[앵커]
서울시도 공공재건축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건 무슨 말입니까?

[기자]
그게 바로 문제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미흡해 보이는데 서울시부터 반기를 든 겁니다. 서울시 반응을 보면 오늘 대책이 정부와 서울시 간에 협의되서 나온 대책이 맞나 싶을 정도인데요. 서울시는 공공재건축을 LH나 SH처럼 공공이 하고 민간 조합은 배제해야 한다면서 아파트만 짓는 경우에는 층수를 35층까지만 허용하겠다고 했습니다. 50층 허용이란 정부 발표도 벌써 흔들린 거죠. 특히 공공재건축으로 5만호를 공급하겠다는 정부 발표를 놓고도 '정부가 내놓은 추산일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서 국토교통부는 서울시와 이견이 없다고 하면서, 재건축 규제 완화는 서울시에서 검토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도 뒤늦게 브리핑에 오해가 있었다 사업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찜찜합니다. 결국 13만호 공급 계획 중 공공재건축과 맞물려 있는 5만호는 발표 당일부터 불투명해진 겁니다. 

[앵커]
정부가 새로 발굴했다는 부지에 대해서도 반발이 심하죠?

[기자]
네, 그것도 심각합니다. 지역주민부터 자치단체,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나타냈습니다. 우선 가장 많은 집이 들어설 태릉골프장입니다. 인근 주민들이 그린벨트 훼손을 이유로 반대합니다. 강남 그린벨트는 계속 보호하면서 강북이라고 이렇게 자연환경 우수한 곳은 푸는 거냐, 그렇지 않아도 교통이 막히는데 새집 1만채 들어서면 어떡할 거냐, 이런 불만이 쏟아집니다. 이 지역 국회의원인 우원식, 고용진, 김성환 의원, 노원구청장도 개발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장 태릉골프장의 1만호가 또 불투명해진 겁니다.

과천시도 정부종합청사 유휴 부지는 개발된다면 주택이 아닌 산업시설을 공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과천에 들어선다는 4000호도 불투명해진 겁니다.

마포도 문제입니다. 이 곳이 지역구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역구민들 반발이 크다. 또 사전 협의가 없었다면서 반기를 들었습니다. 정부가 공공임대나 공공분양을 많이 짓기로 한 부분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분석도 있습니다.

[앵커]
어쨌든 이번 대책이 서울과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 아니겠습니까?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좀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총 13만호라고 정부가 발표는 했어도 첫날부터 강남 5만호, 태릉 1만호, 과천 4000호 등 곳곳이 불투명해졌습니다. 또 공급 대책 나왔다고 당장 집이 지어지는 건 아니거든요 빈땅에 집을 짓더라도 입주 때까지 최소 3~4년 이상이 걸립니다. 그래서 단기적인 집값 안정 효과는 내기 힘들거란 평가가 많습니다. 다만 태릉골프장 부지 같은 경우 빠르면 내년 말 사전청약이 가능한데, 당장 집을 사야겠다는 '패닉 바잉' 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는 낼 수 있습니다. 다만 청약 대기 수요가 늘면 최근 오름세인 전월세 시장 가격이 더 불안해 질 가능성이 있고, 근본적으로 저금리에서 나오는 3000조원 넘는 부동자금은 여전히 불변입니다.

[앵커]
정부도 좀 당혹스럽긴 하겠군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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