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집 가진 죄

등록 2020.08.05 21:48

수정 2020.08.05 21:56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고려 가요 '청산별곡'은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도는 민중의 한을 시적 언어와 유려한 운율로 토해냅니다. 차라리 깊은 산에 살리라 외치지만 부질없습니다.

그 다섯째 연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어디로 던진 돌인가, 누구를 맞히려던 돌인가, 미워한 이도 사랑한 이도 없는데, 나는 이 돌에 맞아 울고 있구나…"

내 잘못도 아닌데 폭정과 환란의 돌에 맞고 우는 민초의 하소연이 절절합니다.

"제비 한 마리 날아와, 지지배배 그 소리 그치지 않네…. 집 없는 설움을 호소하는 듯…"

다산 정약용이 민중을 제비에, 지배층을 황새와 뱀에 빗댄 시입니다. 다산이 묻습니다. 나무마다 구멍이 많은데 어찌 깃들이지 않느냐고. 제비가 답합니다.

"느릅나무 구멍은 황새가 쪼고, 홰나무 구멍은 뱀이 뒤진다오…"

거대 여당이 다주택자 세금을 많게는 세 배 물리는 부동산 증세 3법을 통과시켰습니다. 1주택자도 종부세율을 올리고 공시가 반영율도 높아져 세금이 갈수록 무거워집니다. 이미 올해 재산세가 급등해 "집 한 채 가진 게 죄냐"고 터져 나온 원성이 곧 비명으로 바뀌게 생겼습니다. 그런데 여당은 "국민이 집의 노예에서 벗어난 역사적인 날" 이라고 했습니다.

정부 말을 믿고 집 한 채에서 착실히 살거나 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사람들까지 범죄자 취급을 하고 세금 폭탄을 퍼부으면서 '노예 해방' 이라니, 이런 편의적 해석이 어디 있을까요? 심지어 여권 어느 의원은 국회 단상에 올라 "집값 올라도 괜찮다. 세금만 열심히 내시라"고 마치 약을 올리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분들 눈에는 "이번 생에 내 집 마련은 끝났다"고 절망하는 서민, 청년들은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앞으로 국민들은 집의 노예에서 벗어나 월세의 노예로 살라는 말인지요.

정부가 부랴부랴 허겁지겁 공급 대책이란 걸 내놓았는데 곧바로 삐걱거리면서 회의적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또다시 고강도 세무조사 대책을 내놨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마구 쏟아내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아무말 대잔치'가 되어 가는 건 아닌지, 그 폭주의 끝은 어디일 지, 억장이 무너질 따름입니다.

의기양양한 여당은 지금 벌이는 일들이 오지고 오진 듯 합니다. 그런데 '오지고'라는 옛말이 따로 있습니다. 볶을 오, 기름 지, 기름 고. '백성의 기름을 짜내 괴롭힌다'는 뜻입니다.

8월 5일 앵커의 시선은 '집 가진 죄'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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