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잠꼬대! 할(喝)!

등록 2020.08.07 21:53

수정 2020.08.07 21:57

강아지도 잠꼬대를 합니다. 킬킬대다가 짖다가 울다가, 발을 구르고, 뒷발차기도 합니다. 코까지 골며 자는 개를 시인이 지켜봅니다.

"사람의 꿈을 꾸고 있나 보다. 개의 꿈속의 사람은… 개가 되는 꿈을 꾸고, 울면서 잠꼬대를 하는데, 깨울 수가 없다"

시인의 팔순 어머니 말씀은, 받아 적으면 그대로 시가 됩니다.

"시란 거 말이다. 업은 애기 삼 년 찾기다… 농사도 삼 년은 부쳐야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며, 이 빠진 옥수수 잠꼬대 소리가 들리지…"

불교에서 수행자를 꾸짖어 깨우칠 때 내지르는 소리가 '할(喝)' 입니다. 잠꼬대가 넘쳐나는 세상을 향해 백양사 큰스님이 일갈했습니다.

"깜빡 졸았나 봅니다. 잠꼬대! 할!"

일주일 전 청와대는 "다주택 참모들이 가격을 높게 불러 집이 안 팔리는 일은 없을 것" 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김조원 민정수석이 강남 아파트 두 채 중 한 채를 시세보다 2억에서 4억 비싸게 내놓았다가 보도가 나온 뒤 매물을 거둬들였다고 합니다. 그러자 청와대는 "남자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했습니다. 과거 누구의 경우가 또 떠오르면서 청와대에 '아내 탓 DNA'라도 흐르고 있는지 슬쩍 웃음이 났습니다. 쓴 웃음이 말이지요.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전세 소멸을 아쉬워하는 것은 과거 개발시대 의식수준"이라고 했다가 비난이 쏟아지자 몸소 말했습니다. "월세 생활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고. '몸소'란 '손수' '친히'처럼 제3자에게 존경심을 담아 쓰는 표현입니다. 그런 말을 자신에게 붙여서, 듣는 사람이 졸지에 아랫것이 된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월세살이도 알고 보니 지역구 정읍의 50만원짜리라고 합니다. 그는 "박원순 시장이 죽음으로 미투 처리의 전범을 몸소 실천하셨다"고 했다가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윤희숙 통합당 의원의 연설 "저는 임차인입니다"가 큰 반향을 일으키자 비슷한 국회 발언이 잇따랐습니다. 그중에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자신이야말로 "진짜 임차인" 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상가 한 칸을 세주는 월세 임대인이기도 해서 조금 어리둥절합니다.

이번 주에도 귀를 씻고 싶은 말 말 말이 수도 없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나 반죽좋은 사람들에게 호통소리 한번 내지를 큰 어른이 안 보이니 참으로 답답한 세월입니다.

8월 7일 앵커의 시선은 '잠꼬대! 할(喝)!'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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