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7

[오현주 앵커가 고른 한마디] "부끄러워 낯을 못 들겠다"

등록 2020.08.08 19:46

수정 2020.08.08 19:54

영화 ‘나랏말싸미’
"백악산 용신이시여 삼라만상은 가뭄에 시달려 말라죽기 직전이고.. 이 모든 것이 임금된자가 덕이 없어 내린 벌책입니까?"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왕들은 연례행사처럼 비 내리기를 기원하는 기우제나 비 그치기를 기원하는 기청제를 지냈습니다. 물과 나무를 잘 다스리지 못해 홍수와 산사태 같은 재해가 나면, 민심이 흔들렸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치산치수(治山治水)는 예로부터 정치의 기본으로 꼽혔습니다.

40일 이상 이어지는 장마에 지금까지 40명 넘게 숨지거나 실종됐습니다. 이번 비는 게릴라성이라 예측이 어렵지만 하늘 탓만 하기엔 아쉬운 장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첫 인명피해가 발생한 부산 동구 지하차도는 상습 침수 구역이지만 고립사고가 난 뒤에야 차량이 통제됐습니다. 늑장 대응이 결국 3명의 목숨을 앗아갔지요. 의암댐 사고도 무리한 작업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습니다.

정세균 / 국무총리
"그런 때는 수초섬 그냥 떠내려가게 둬야지. 판단을 잘 못한거예요.국민들께 부끄러워서 낯을 못 들겠습니다"

임진강물이 덮친 파주, 연천 지역의 피해는 북한이 황강댐 수문을 연다는 걸 사전에 알았다면 줄일 수 있었습니다. 사전 통보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데도, 대통령은 남 이야기하듯 아쉽다고만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 지난 6일 군남댐 방문
"북측에서 황강댐 방류 사실을 미리 알려준다면 우리가 군남댐 수량 관리에 도움이 될텐데 현재는 아쉽게 안되는 상황..."

이미 7월 말부터 북한은 세 차례나 통보 없이 방류했다는데 왜 그때 경고 한마디 안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춘추 시대 경세가인 관중은 다섯 가지 피해를 막을 줄 아는 군주가 백성을 잘 다스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2천여년이 지난 현재,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에, '하늘이 뚫렸나'는 말이 나올만큼 막대한 홍수 피해까지 더해져 시름을 앓고 있지요. 나라 경영의 기본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부끄러워 낯을 못 들겠다" 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