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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법관, '사법농단' 재판서 증언…"행정처 문건 받았지만 판결에 반영 안 했다"

등록 2020.08.11 16:37

현직 대법관, '사법농단' 재판서 증언…'행정처 문건 받았지만 판결에 반영 안 했다'

증인 신분으로 법원 출석하는 이동원 대법관 / 연합뉴스

이동원 대법관이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증언했다.

'사법농단 의혹' 재판에 현직 대법관이 출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법관은 재판에 출석하기 전, 어떤 마음으로 재판에 임할 것이느냐는 기자 질문에 "대법관으로서가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성실하게 증언하기 위해 오게 됐다"고 답했다.

사법농단 의혹 재판에 대해서는 "정의롭게 공평하게 잘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 대법관은 지난 2016년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 재판장이었다. 당시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옛 통진당 의원들이 낸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의 항소심을 맡았다.

당시 1심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다시 심리·판단할 수 없다"며 소송을 각하했지만, 항소심에서는 이와 달리 소송 자체는 성립할 수 있다고 봤다. 의원들의 청구는 기각했다.

이는 '의원직 확인 권한이 헌재가 아닌 법원에 있다'는 대법원 수뇌부 입장과 동일한 것이다.

검찰은 이 판결과 관련해, 2016년 3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이민걸 당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을 이 대법관과 만나도록 해 대법원의 입장이 담긴 법원행정처 문건을 전달했다고 보고있다.

검찰은 공소장에도 이를 전제로 "임 전 차장 등이 법관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고 법관의 독립된 재판권 행사를 방해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 대법관은 2016년 3월 이 전 기조실장과 만나 문건을 전달받은 자체는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또 판사로서 자신이 심리 중인 사건에 대해 제3자가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 대법관은 다만 "(문건을 받고서) 심적인 부담감은 없었다"며, "판결에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도 (이민걸 전 기조실장이) 선의로 (문건을) 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대법관은 "재판은 법관이 알아서 하는 것이고, 역사가 판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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