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모든 걸 걸겠습니다

등록 2020.08.13 21:51

수정 2020.08.13 22:02

지난 미국 대선 직후, 선거예측 전문가인 프린스턴대 교수가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들고나온 캔에서 귀뚜라미를 꺼내 꿀꺽 삼킵니다. 

뉴스 진행자가 감탄합니다.

"당신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군요…" 

이 교수는 개표 전 "트럼프가 240표 넘게 선거인단을 얻으면 벌레를 먹겠다"고 장담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가 290표를 확보하자 정중하게 공개 사과하고 약속을 실행한 겁니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손에 장을 지진 것이지요.

4년 전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탄핵안이 가결되면 뜨거운 장에 손을 넣어 지지겠다"고 했다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왜 안 지지느냐"고 비꼬는 패러디가 쏟아졌고 지역구 사무실에 장 단지가 배달되기도 했지요.

손혜원 전 의원이 목포 투기사건으로 실형을 선고 받자 사람들 시선이 그의 입으로 쏠렸습니다. 아마도 그동안 했던 약속들이 생각나서 더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아, 그럼요. 전 재산 내놓고…" "이게 만약 차 명이면 전 재산을 주겠습니다" "내 목숨도 필요하면 걸겠습니다…"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저러나' '뭔가 자신이 있는 거겠지' 믿은 분들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1심 판결이 나고서도 그는 이 약속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습니다. 대신 검찰 구형을 받고 나서 검사들에게 했던 말을 들어보시지요. 

"판사께서 선고를 내리는 날, 제 눈을 피하지 좀 마십시오. 부끄럽지 않으면 제 눈 똑바로 보셔야죠…"

일찌감치 작년 초에 했던 장담도 돌아봅니다. 

"검찰 조사를 통해 그런 사실(투기)이 밝혀진다면 국회의원직 내려놓겠습니다…"

정작 다섯 달 뒤 검찰이 수사를 끝내고 기소하자 말이 바뀝니다. 

"이제 재판이 오래가면 그때는 이미 국회의원도 끝날 것 같아서…" 

물론 아직 유죄가 최종 확정된 건 아니지만, "사회적 중대 비리"라는 판결 앞에서 보다 겸허한 자세를 보이는 게 도리 일겁니다.

한때나마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공직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더 더욱 말이지요…

시인이 술에 취해 뭐라고 써놓았는데 술이 깨니까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 "세 병쯤 마시니까, 다시는 술 마시지 말자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술김에 했던 다짐도 부끄러워서 시 제목이 '반성'입니다.

손 전 의원이 온 세상을 향해 내질렀던 그 호언장담들을 과연 어떻게 수습하는지 국민은 지켜볼 겁니다.

8월 13일 앵커의 시선은 '모든 걸 걸겠습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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