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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조민 봤다"는 증인들끼리도 엇갈리는 기억…"조민 없었다" 檢, 곧 의견서 제출

등록 2020.08.16 13:14

수정 2020.08.16 13:23

[취재후 Talk] '조민 봤다'는 증인들끼리도 엇갈리는 기억…'조민 없었다' 檢, 곧 의견서 제출

정경심 교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 연합뉴스

■ 김원영 변호사 "아빠가 조국이란 학생을 만나서 신기했다"
14일 열린 정경심 교수의 24번째 공판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가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가 주최한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2009년 당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1학년이었던 김원영 변호사는 같은 해 5월 15일 열린 학술대회에서 2시부터 6시까지 행사 진행요원으로 일 하면서 조씨로 보이는 여학생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김원영 변호사 증인신문 中>
정경심 변호인 : 2009년 세미나에서 고등학생 봤다고 하시던데 그 내용 좀 말해 달라.

김원영 변호사 : 그때 아마 거의 유일하게 교복 입은 학생이 와서 저랑 옆에 있던 친구랑 신기해서 봤다. 그 학생이 "아빠가 학술대회 가보라 했다" 그렇게 얘기해서 "아빠가 누구냐"라고 물었다.

정경심 변호인 : 아빠가 누구라고 했나?

김원영 변호사 : 아빠가 조국 교수라고 했다.

■ "조민 봤다"는 증인들끼리도 복장·시점 등 세부사항 불일치
앞서 5월 14일 정경심 교수의 13번째 공판에서 김 모 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사무국장 또한 행사장에서 조씨를 봤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세부적인 사안에서 둘의 증언은 엇갈린다.

김 전 사무국장은 당일 행사장에 고등학생은 총 3명이 왔다고 했다. 남학생 한 명은 대원외고 교복을 입고 있었고 조씨를 비롯한 나머지 둘은 사복 차림이라고 했다. '교복'을 입고 온 여고생을 봤다는 김 변호사의 증언과 상충된다.

복장에 대해서만 증언이 엇갈리는 게 아니다. 당시 김 변호사는 행사 내내 데스크를 지키며 방명록 작성과 자료집을 나눠줬다고 말했다. 그런데 당시 행사장 데스크 주변에서 여학생이 업무를 도운 게 기억나느냔 질문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책상 옮기기, 방명록 작성 그리고 자료집 나눠주는 일 등을 고등학생들이 했다는 김 전 사무국장의 진술과 어긋난다.

조민의 도착 시점도 문제다. 재판부는 김 변호사를 상대로 조씨가 언제 도착했는지 추궁했다. 김 변호사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기억으로 봤을 때 행사 초반은 아니라고 답했다. 반면 김 전 사무국장은 "행사 시작 20분 전에 도착한 것 같다"고 증언했다.

<김원영 변호사 증인신문 中>
재판부 : 언뜻 말했는데 조민, 조국 교수의 딸이 왔을 때가 언제쯤이라고 생각하고 있나? 2시일 수 있고. 행사 앞부분인지 뒷부분인지 기억하나?

김원영 변호사 : 그건 기억 안 난다.

재판부 : 처음 사람 많이 오거나 다과를 먹을 때 있잖아. 그때는 아닌 거지?

김원영 변호사 : 네. 제 기억 속에는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잠깐 대화 나눴다.

재판부 : 초반에는 사람들 많이 오고 다과도 드시고 담소도 나누고 하기 때문에 분주하잖아. 그런 때는 아니었단 것이지?

김원영 변호사 : 네. 분주한 상황은 아니었다.


■ 검찰 "조민은 행사장에 오지 않았다"…곧 의견서 제출
검찰은 김 변호사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조민은 행사장에 없었다'는 걸 입증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조민을 아주 잘 알고 조민을 보기 위해 그곳에 갔다고 생각되는 친구들이 '갔더니 조민이 거기에 없더라'라고 명확하게 진술했다"며 "태어나서 조민을 단 한 번 본 적도 없는 이들의 진술보다 신빙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앞선 공판에서 검찰은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조민의 고등학교 친구 2명을 상대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대원외고 교복을 입고 참석해 방명록에 이름을 남겼던 박 모 군과 조민을 논문 제1저자로 등재시켜준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의 아들 장 모 씨 둘 모두 "조민은 그날 오지 않았다"며 "인턴활동을 한 적 없다"고 증언했다.

특히 검찰 조사에서 장씨는 "저는 짧은 세미나 한 번 갔지만 인턴십 수행했다고 할 수도 없고, 스펙을 허위로 만들어서 양심의 가책 느끼고 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또 검찰은 행사가 열렸던 장소인 서울대학교 최종길홀이 대형 강의실이 아닌데다 참석 인원 또한 20명에 불과했기에 만일 조민이 참석했다면 조씨를 잘 아는 친구들이 보지 못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조민은 행사장에 오지 않았고, 인턴 활동도 허위'란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검찰은 김 전 사무국장과 김 변호사 둘 모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가까운 사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2009년부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다니며 조 전 장관과 사제 관계를 맺었다. 또 김 전 사무국장의 변호인과 같은 법무법인에서 일을 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의 요청으로 지난 5월 사실 확인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법정에서 "사실이기 때문에 확인서를 써줬다"며 "정경심 교수 변호인단이나 김 전 사무국장과 상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 최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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