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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집 가진 게 죄인이냐

등록 2020.08.16 19:45

수정 2020.08.16 19:53

영화 '집으로 가는길'
"애기 엄마 이거 진짜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거 아이가?"
"몇일만 부탁드려요, 죄송해요 진짜 다시 안 그럴께요"
"이집이 안 나가는 집도 아니고 금방 나갈 낀데! 못 참는다 마"

집주인이 왕이었던 70~80년대엔 집 없는 설움은 비할 데가 없었습니다. 조선시대에도 셋집 살이가 있었다고 하니 그 설움의 역사가 제법 깊습니다. 퇴계 이황도 벼슬을 위해 한양에서 셋방살이를 했다는 기록이 있고, 김종직은 내쫓음을 당한 설움을 이렇게 한시로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집 없는 설움'을 살피는 일은 정부의 몫일 겁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주택 문제를 다주택자에 대한 적대감으로 접근하려다 스스로 모순에 빠진듯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1월 7일, 신년사)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입니다"

김현미 / 국토교통부 장관(지난해 8·2대책 직후)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좀 파시고…"

물론 부동산 투기는 다잡아야겠지만 한 여당 의원은 "북한처럼 때려잡자"고 했고, 다주택자를 도둑으로 모는 의원까지 있었습니다.

소병훈 /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달 29일)
"집을 갖고 싶은 국민들의 행복권을 뺏어간 도둑들입니다, 도둑들"

그런데 청와대와 여당에도 다주택자들이 많다는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제 얼굴에 침뱉기가 됐습니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이 집 문제로 갈등했다는 얘기가 들리더니 수석들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직'보다는 '집'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습니다. 집값은 못 잡고, 세금은 오르고, 전세까지 귀해지면서 임대인 임차인 모두 삶이 더 고단해졌습니다.

8월 1일 전국민 조세저항 집회
"탈세한 적 없고 세금 연체한 적도 없습니다. 제가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성난 민심이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을 끌어내렸지만,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고집은, 무슨 '근거 없는 자신감'일까요. "부작용은 있기 마련이고, 자성할 일은 아니"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니, 이런 식의 오기가 고통받는 국민들에게는 어떻게 비쳐질 지 고민은 해봤는 지 모르겠습니다.

노자의 도덕경에 약팽소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생선을 구울 때 자주 뒤집으면 살점이 다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법과 제도를 바꿀 때도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죠. 2000년 전의 이 지혜를 통해 분노로 뒤덮힌 부동산 정책을 되짚어보는 건 어떨지..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집 가진 게 죄인이냐'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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