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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소리 쳤던 홍콩 관리들, 美 금융제재에 조인다…"캐리 람도 신용카드 막혀"

등록 2020.08.19 10:37

미 재무부가 홍콩의 자유를 억압했다는 이유로 중국 본토와 홍콩 고위 관리 11명을 대상으로 한 금융 제재를 시행한 이후 제재의 효과가 서서히 미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 홍콩 부동산 등기 자료를 인용해 미국의 금융 제재 대상자 11명 가운데 한 명인 크리스 탕(鄧炳强) 경무처장이 지난 4일 아파트 담보 대출 계좌를 HSBC에서 중국 본토 금융기관인 중국은행 홍콩지점으로 옮겼다고 보도했다.

미국 재무부의 금융 제재가 발표되기 사흘 전에 급히 거래 은행을 옮긴 것이다.

탕 처장은 지난 2017년 3월 41㎡ 넓이의 이 집을 625만 홍콩달러(약 9억5000만 원)에 샀다.

그는 미국의 제재 발표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외국의 제재는 내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모기지 업계 관계자들은 주택담보 대출 계좌 이전은 적어도 두 달이 걸리기 때문에 탕 처장은 이미 6월 쯤엔 계좌 이전 절차를 시작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SCMP는 전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최근 중국의 대외 선전용 방송인 CGTN과 인터뷰에서 자신에게는 "무의미한 일"이라면서도 신용카드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언급했다.

람 장관은 "우리는 일부 금융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지만 그것이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기관들과 연결되는지 모르겠다"며 "신용카드 사용에 다소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서명한 홍콩자치법은 홍콩의 자율성을 저해한 인물들과 '중요한 거래'를 하는 제3국 은행들까지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을 미 재무부에 부여했다.

당시 제재 대상에 오른 관리 중 한 명인 뤄후이닝 홍콩 주재 중앙정부 연락판공실 주임은 미국 내 자산이 없어 금융 제재가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면서 "100달러를 부쳐 동결하게 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기도 했다.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중요한 거래'의 개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홍콩 금융기관들은 제재 대상자들과 거래했다가 자칫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될까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홍콩의 니콜라스 터너 변호사는 SCMP에 "홍콩 금융기관들이 '중요한 거래'의 정의와 관련해 미국 재무부의 추가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의 실질적인 중앙은행인 금융관리국(HKMA)은 "미국 정부의 제재가 유엔을 통과한 국제 제제에 해당하지 않아 홍콩에서 법률적 효력이 없다"면서 "미국의 제재 목록에 오른 고객을 '공평하게' 대하라"고 요구했다. / 송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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