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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숟가락 들고 웨딩촬영할까요?"…예비부부들, '거리두기' 딜레마

등록 2020.08.21 16:19

수정 2020.08.22 14:01

[취재후 Talk] '숟가락 들고 웨딩촬영할까요?'…예비부부들, '거리두기' 딜레마

/ 네이버 '다이렉트 카페'에 공지한 글 갈무리

▲"숟가락은 들고 웨딩 촬영하자. 그러면 마스크는 벗어도 된다"
"웨딩홀에는 49명까지 입장 가능합니다" "웨딩 촬영 시에도 마스크를 꼭 써야 합니다" "사진 촬영 중에도 거리(최소 1m)를 지켜야 합니다" "이는 신랑 신부도 해당됩니다" 최근 예비부부들이 모인 카페에 올라온 글입니다. 웨딩업체가 올렸는데 서초구청에서 공문으로 받은 지침이라고 설명합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 방안입니다. 지침 대로면 신랑 신부는 서로 '1m 거리'를 띄우고 웨딩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 마스크도 당연히 착용해야죠. 신부와 신부의 아버지도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1m 떨어진 채 입장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한 시기에 새로운 시도로 보입니다. 정부 지침을 더 따르면 다행히 식사를 할 때는 (물론 49명 제한) 잠깐 마스크를 내려도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 예비부부가 자조 섞인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웨딩 촬영할 때 숟가락과 밥을 들고 찍자. 그러면 마스크는 벗어도 됩니다"

 

[취재후 Talk] '숟가락 들고 웨딩촬영할까요?'…예비부부들, '거리두기' 딜레마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 연합뉴스


▲"차라리 거리두기 3단계 시행해 주세요"
예식업중앙회가 공정거래위원회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위약금을 물지 않고 결혼식 연기는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방역이 우선이니 결혼식 자체를 미루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런 위중한 시국에 결혼식을 하는 사람이 잘못된 것 아니냐". "보건당국이 힘들게 방역 중인데 예비부부 정신이 있는 것이냐". "정신 차리고 결혼식 미뤄라"는 주장들입니다.

하지만, 이미 몇차례 결혼식을 연기한 예비부부 입장에선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사정도 존재합니다. 이 때문에 칸막이를 설치해서라도 수백 명 하객을 나눠받겠다는 웨딩업체도 등장했습니다. 결혼식 연기도, 강행도 고민이니 "차라리 거리두기 3단계를 시행해 달라"는 자포자기형 예비부부도 없지 않습니다.

 

[취재후 Talk] '숟가락 들고 웨딩촬영할까요?'…예비부부들, '거리두기' 딜레마
/ 추미애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집합제한명령 위반 행위는 엄정 조치"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처음에는 "벌금 300만 원 벌금 내고 결혼식 하자" 의견도 나왔습니다. 그러다 "결혼식 1번이 아니고 1인당 300만 원. 결국 하객 모두 300만 원을 내야 한다"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시 낙담했습니다. 수원의 한 웨딩홀에서는 "결혼식 전에 사진 많이 찍으시고 신부 대기실부터 결혼식 때만 마스크 끼시면 됩니다" 공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이 그렇지. 사실상 결혼식 진행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예비 부부들도 어느 정도 취소를 각오 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일부 예비부부들은 직접 웨딩홀을 찾아가 항의를 할 예정이랍니다. 자신들이 아는 변호사를 대동해서 간답니다. 예식업중앙회에 속하지 않은 70%의 웨딩홀들이 취소나 연기를 받아주지 않으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웨딩홀들은 절대 돈을 돌려줄 수 없다고 버티는 상황입니다. 부족한 부분은 '가압류'라도 신청해서 예비부부들에게 받겠다고 버틴답니다. 지금 결혼 시장은 사실상 무법지대에 던져져 있습니다. 그래서 '법'에 약한 예비부부들은 정부가 나서 '법'으로 도와 달라고 절규합니다.

"법무부는 집합 제한 명령 위반 행위는 (중략) 임의수사와 강제수사 등 법이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엄정하게 조치하겠습니다" 추미애 장관이 오늘 강한 어조로 읽은 담화문입니다. 집회 제한 명령을 어길 위기에 처한 예비 부부들이 들으면 참으로 무서운 말입니다. 당연히 집합 제한 명령 지켜야 하죠. 맞는 말입니다. 대신 '법'무부에서 이 제한 명령 잘 지킬 수 있도록 웨딩업체들에게도 '법'의 준엄함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 주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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