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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조원 전 수석은 왜 말다툼을 했을까?

등록 2020.08.27 11:45

수정 2020.08.27 15:26

[취재후 Talk]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조원 전 수석은 왜 말다툼을 했을까?

/ 연합뉴스

이틀전 노영민 비서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야당 의원들과 언쟁을 벌였습니다. 노 비서실장은 야당의원이 이 정부 들어서 한신 서래 아파트값이 크게 올랐다고 지적하자 MB때나 박근혜 때도 올랐다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한신서래마을 전용 45.72㎡ 가격 추이>


 

[취재후 Talk]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조원 전 수석은 왜 말다툼을 했을까?
출처: 호갱노노


MB정부 : 2008년 2월~2013년 2월
박근혜 정부: 2013년 2월~2017년 3월
문재인 정부: 2017년 5월~현재

■노영민 비서실장 보유했던 한신서래 아파트, 정권별 가격 상승 따져보니

그래서 노영민 비서실장이 보유하고 있다가 처분한 한신 서래 아파트 전용 45.72㎡의 가격 추이를 따져 봤습니다.

MB 취임 때인 2008년 2월 평균 거래 가격은 3억 9500만 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임기 중간에 4억 5천만 원까지 거래된 적은 있지만 임기가 끝나는 2013년 2월에는 다시 3억 9천만 원으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를 한번 볼까요? 취임 때인 2013년 2월에 3억 9천만 원이었고, 황교안 대행체제가 시작된 2016년 12월에는 5억 750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된 2017년 3월에는 6억 3250만 원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6억 5천대에서 11억 3천만 원으로 뛰었습니다. 지난 7월 24일 계약이 체결된 노영민 비서실장의 아파트도 11억 3천만 원에 팔렸습니다. 눈 대중으로 봐도 상승률이 거의 70~80%는 돼 보입니다.

이렇게 보면 MB때 잠시 가격이 반짝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말기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반짝 오른 것도 한두 건이어서 의미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는 부동산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부양 정책을 펼쳤던 만큼 3억 9천만 원대에서 5억 원대까지 올랐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규제와 공급 대책을 내놓으며 부동산 안정화를 꽤 했지만 6억 5천대에서 11억 원까지 가격이 치솟았습니다. 박근혜 정부 말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여파라고 지적할 수도 있지만, 이번 정부의 대책이 시장에 제대로 먹히지 않은 것은 인정해야겠죠.

노 실장이 자신이 판 아파트를 놓고 야당의원이 '시세차익'을 얘기하니 화를 내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파트 가격이 문재인 정부 때만 올랐냐고 큰 소리 칠일은 아닌 듯 합니다. 중요한 것은 냉정한 현실인식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노 비서실장과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왜 말다툼을 했을까?

2주택자였던 김조원 전 민정수석의 집 처분과 관련해서도 김 전 수석과 싸우지 않았냐는 질문에 노 실장은 그런 적 없다고 했지만,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김외숙 인사수석은 '언쟁은 있었다'고 했습니다. 다 큰 어른들이 멱살을 잡고 싸우진 않았겠죠. 언쟁, 즉 말다툼도 싸움이긴 합니다.

노 실장은 7월초에 청와대 참모진을 향해 "한달 내에 1주택만 남기고 모두 처분해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부메랑이 돼서 돌아왔습니다. 8월 초에 언론에서는 노 비서실장이 얘기한 한 달이 다 돼 가는데 다주택 참모진들 일부가 여전히 집을 처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한명인 김조원 전 수석이 22억 원에 집을 내놨다고 TV조선이 첫 보도를 했습니다. 그때 이런 보도를 한 것은 집을 못 팔고 있는지, 아니면 안 팔고 있는지 현장에서 확인해보자는 얘기가 나와서입니다.

무엇보다 한 달 내로 집을 팔려면 제값을 받는 것을 포기하고, 급매물로 처분해야 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아파트를 팔 땐 보통 석달 전에 물건을 내놓습니다. 그런데 한 달 내로 팔려면 내놓자마자 입질을 할만큼 가격이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소수문 끝에 부동산 매매를 의뢰 받은 부동산 중개업자와 연락이 닿았고, 조심스럽게 김 전 수석측이 22억 원에 매물을 내놨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직전 매매가가 19억 9천만원인데, 2억원이나 비싸게 내놓은 데 대해 이 부동산 중개업자는 '시세'라고 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름세이고, 김 전 수석집은 층고도 높고 인테리어도 한 게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그 말을 그대로 인정해주기로 했지만, 여하튼 급매는 분명히 아니었습니다.

TV조선 8월 2일 보도: “김조원, 22억에 아파트 내놔… 급매물 18억에 팔려”

 


■노영민 실장과 김조원 전 수석의 차이

일부에서는 노 비서실장은 7월초에 말하고 한달 내로 한신 서래 아파트를 팔지 않았냐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따져보면 그렇게 단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노 비서실장은 7월 24일에 11억 3천만 원에 아파트(6층)를 팔았습니다. 앞서 똑 같은 평형의 아파트(9층)가 7월 6일에 11억 3천만 원, 같은 가격에 팔렸습니다. 아파트 오름세를 고려하더라도 노 비서실장의 아파트는 6층, 그 전에 팔린 아파트는 9층이라는 점에서 노 비서실장이 급매물로 판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노 비서실장의 아파트 가격은 11억 3천만 원으로, 강남 아파트 치곤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닙니다. 또 15억 원 이하라서 매수 희망자가 일부 대출을 받아서 살 수도 있습니다. 노 비서실장 입장에서도 청주 아파트를 먼저 팔았기 때문에 한신 서래는 1주택으로 양도가액 9억 원 이하까지는 양도세 비과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양도가액 9억 원 초과분에 대해서도 일반 과세되지만 15년 동안 가지고 있었으니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받으면 세금이 확 줄어 들게 됩니다.

반면에 김 전 수석의 아파트는 22억 원짜리 주상복합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습니다. 대출도 나오지 않습니다. 김 전 수석 입장에서는 강남에 다른 주택이 있기 때문에 이 아파트를 22억 원에 팔더라도 2주택 양도세 중과 규정에 따라 절반 정도를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10억여 원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그 당시 부동산 중개업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분들 이 집 팔면 어디로 갑니까? 그것도 생각해줘아죠" 서민들에겐 참 한가한 소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에겐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22억 원짜리 집에 살다가 갑자기 집을 팔아서 10억짜리 자가나 전세를 살아야 하는 상황인 거죠(김 전 수석이 보유하고 있는 다른 주택으로 가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 세입자의 임대기간이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왜냐고요? 청와대가 집을 팔라고 했으니까요. 그것뿐입니다.

애당초 한 달 내로 집을 팔라고 했던 말은 김조원 전 수석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노 비서실장 입장에서는 집을 안 팔아서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는 김 전 수석을 압박했을 것이고, 김 전 수석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문제는 생각도 하지 않고 집을 팔라고만 하는 노 실장이 이해가 가지 않았을 겁니다.

노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이지만, 김조원 전 수석도 문 대통령이 첫 대선에서 패배한 뒤 양산에 머무를 때 찾아가 재도전을 권유하는 등 문 대통령과 깊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나저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청와대 참모진들이 나서서 다주택을 해소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데, 한달 내로 팔라고 한 아이디어는 누구에게서 나왔을까요?

■집 한채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어느 순간 '집 한채'는 고위공직자의 자격이 되는 모양새입니다. 국민 정서를 생각하면 이해할만한 구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공직자의 집 한채를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연상케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프로크루스테스는 행인들을 자신의 침대에 눕도록 해서 그 사람이 침대에 맞지 않으면 다리를 자르거나, 늘려서 죽였다고 합니다. 이제 고위공직자가 되려는 사람은 다주택을 해소해야 할 판입니다. 국방부 장관 검증이 이뤄지고 있는데, 후보군 중에 주택이 2주택이여서 안된다는 말도 나올 정도입니다.

■누구도 반가지 않은 '집값 급등'

얼마 전 몇몇 지인들을 만났습니다. 공교롭게도 한때 문 대통령 지지자였다가 모두 돌아선 분들입니다. 한 지인은 대기업에 다니다 경제적 자유를 얻어 평화롭게 살고 싶다며 부동산 전업투자를 했던 분입니다. 이 분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우리가 법을 어긴 적도 없고, 내라는 세금도 꼬박꼬박 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뭐냐?"

전문직에 있는 무주택자는 "집값이 미친 듯이 올라서 이제 일이나 뼈빠지게 해야겠다. 집값 떨어진다더니 이 정부를 믿은 내가 00 놈이다"

또 다른 지인은 1주택자인데 애가 커서 다른 집으로 옮겨 가려고 하는 참이었습니다. 이 지인도 이런 말을 하더군요. "내 집값만 오른 것도 아니고, 다들 올라서 옮겨 타기가 더 어려워졌다" 9억원 이하는 비과세를 받을 수 있지만, 9억 원 초과 분은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집 팔고 좀 더 나은 집으로 옮겨 타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였습니다.

김현미 장관은 국회에서 이제 슬슬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는데, 그걸 30대 젊은층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로 받아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내년은 서울의 주택 공급 물량이 확연하게 줄어드는 해입니다. 벌써부터 전세가가 치솟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치솟는 전세가가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정부도 그걸 모르는 것 같진 않습니다. 때문에 각종 규제로 매매가를 누르는 한편, 임대 3법으로 전세가 급등을 억누르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부디 내년에는 3년이 넘게 이 정부가 외쳤던 목표, '집값 안정'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집값 급등은 '단타 투기족'을 빼고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 안형영 기자·차정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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