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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믿을 수 없는 '태양광 시설 특별 점검'…정부의 '비범한 愚'

등록 2020.08.27 11:54

수정 2020.08.27 15:23

[취재후 Talk] 믿을 수 없는 '태양광 시설 특별 점검'…정부의 '비범한 愚'

 

두 달 전, 정부는 전국에 있는 산지 태양광 시설을 전수 조사했다. 호우기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정부의 결론은 "95%가 양호하다"는 것. 하지만 어떻게 조사했는지를 살펴보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양호' 평가를 받은 보고서 중 하나.



 

[취재후 Talk] 믿을 수 없는 '태양광 시설 특별 점검'…정부의 '비범한 愚'
출처: 이양수 미래통합당 의원


강원도 철원군에 있는 태양광 시설을 점검한 보고서다. 정부는 '관리가 양호하다'고 했다. 하지만 두 달 후 이 시설은 무너져 내렸고, 쏟아져 내린 흙더미가 마을을 덮쳤다.

당시 정부가 '양호' 평가를 내린 시설 중 무너진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마을 주민들은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호소한다. 비탈면 형태, 배수 시설 등을 눈으로만 보고 끝냈기 때문이다. 정작 했어야 할 '지반 점검'은 하지도 않았다. 산에 있는 나무를 베고 태양광 시설을 지었으니 지반이 약해지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태양광 시설의 확대가 산사태 피해를 키울거라는 우려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계속돼 왔는데도 정부는 따져보려 하지 않았다. 우려가 현실이 돼도 '천재지변'으로 인한 일시적 재해쯤으로 여겼다.

전문가에게 조사 결과를 보여주며 의견을 물었다. "물이 나오는 땅도 있는데 어떻게 눈으로 겉만 훑는 조사를 하나. 너무나 아마추어적"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 토목공학과 교수는 "놀랍지도 않다"고 했다. "애초 지질과 지형을 충분히 검토한 후 만들었겠나. 그랬다면 설치가 어려워 태양광 업체들이 진작에 다 떨어져 나갔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장마 전에는 집중호우가 이 정도일 줄 몰랐기 때문에 그랬다고 치자. 그런데 호우 피해가 한창이던 8월 초에도 날림 조사를 한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정부는 산지 태양광 시설 피해를 막겠다며 구태여 전국 2180개 시설을 다시 조사했다. 이름도 거창하게 '특별 점검'이었다.

그럼에도 특별한 건 아무 것도 없었다. 7월 중순부터 태양광 시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것을 알고도 2인 1조 '육안 점검'을 되풀이했다. 한술 더 떠, 조사 전 토사 유출 피해가 난 1개 시설을 빼고 모두 "위험 우려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후 경북 봉화, 전남 함평, 충남 홍성, 경북 김천에서 태양광 시설의 산사태 피해가 잇따랐다. 이 곳들은 모두 특별 점검 대상에서도 아예 빠져 있었다. 더 안타까운 건 정부가 특별 점검을 했더라도 과연 '위험' 징후를 발견했을까 의문이 든다는 점이다.

 


(8월 21일 TV조선 뉴스9 단독 보도 - "위험 우려 없다"더니…태양광 호우 특별점검, 산사태 난 곳은 누락)

올 여름 산사태가 난 태양광 시설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태양광 피해가 1%에 불과하다"는 말로 안일하게 일관한 탓에 정부는 산지 태양광 시설의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혐의가 짙다.

소를 잃고서야 외양간을 고치는 행동을 우리는 속담을 통해 어리석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소를 잃고서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건 평범한 어리석음을 넘어선다. 정부가 그런 '비범한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대로 넘어간다면 크고 작은 태양광 시설 피해는 언제, 어디서 반복될 지 모른다. /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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