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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의대 증원 정책' 철회 못하는 이유가 시민단체와의 논의 결과 때문?…복지부의 황당한 Q&A

등록 2020.08.28 17:52

수정 2020.08.28 18:08

[취재후 Talk] '의대 증원 정책' 철회 못하는 이유가 시민단체와의 논의 결과 때문?…복지부의 황당한 Q&A

/ 출처 보건복지부 블로그

지난 24일 19시45분, 보건복지부가 공식블로그에 올린 '팩트체크' 방식의 카드 뉴스입니다. 복지부는 이날 공공보건의료대학(공공의대) 학생 선발에 시·도지사 및 시민단체가 추천권을 가진다는 논란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해명 글을 게재했습니다.

복지부는 우선 '공공의대 학생 선발과 관련해 시도지사 추천은 시도지사의 자녀나 친인척 등이 추천될 수 있도록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닌가요?'라고 스스로 물은 뒤, 시도지사 개인 권한으로 특정인을 임의 추천할 수 없다며 '아닙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앞서 논란이 된 것은 바로 다음 문장 때문입니다.

"후보 학생 추천은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중립적 시도 추천위를 구성, 배정된 인원의 2~3 배수를 선발해 추천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썼습니다.

이 가운데 전문가 추천 문구를 두곤 큰 이견(異見)이 없었지만,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해 추천하는 것을 두곤 적절성 논란이 일었던 겁니다.

심지어 여권 내에서도 부적절한 내용이라는 지적이 일자, 복지부는 논란이 된 카드뉴스를 올린지 26시간 뒤쯤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성 글을 올렸습니다.

 

[취재후 Talk] '의대 증원 정책' 철회 못하는 이유가 시민단체와의 논의 결과 때문?…복지부의 황당한 Q&A
/ 출처 보건복지부 블로그

복지부 블로그에 올라온 글의 제목은 '보완 설명 드립니다'입니다.


복지부는 제목 바로 아래 문장을 통해 "시도지사나 시민단체 추천을 통해 공공의대에 입학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라며 반박했습니다. 시·도지사 및 시민단체가 학생 선발 간 추천권을 가진다는 의혹을 일축한 겁니다.

그러면서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해, 구체적 설발 방식을 국회 심의 과정을 통해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전날 복지부가 밝혔던 내용을, 그 다음 날 복지부 스스로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의 형국이 돼 버린 셈입니다.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는 점에서 졸속 행정의 표본이라는 지적이 일기도 했습니다.

복지부는 다른 자리에선 "현재 관련 법률도 통과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시도 추천위는 확정된 게 아닌) 예시적으로 표현한 방안"이라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다각도로 진화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논란이 됐던 최초의 카드 뉴스는 25일에 삭제 조치했습니다. '보완 설명 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린 바로 그 날입니다.

 

[취재후 Talk] '의대 증원 정책' 철회 못하는 이유가 시민단체와의 논의 결과 때문?…복지부의 황당한 Q&A
/ 출처 보건복지부 블로그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26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 제1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해당 논란이 야기된 점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김 차관은 "입학생들이 공공의료 목적에 맞도록 선발되는 과정에 대한 여러 대안으로 논의되던 내용 중 일부가 (보건복지부 블로그에) 부적절하게 게재된 것으로 설명 자체가 부적절했다"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혼란을 드려 송구스럽다"고 했습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차관이 사과했고, 단순 예시일 뿐이라는 해명에 수긍하는 듯한 분위기도 일부 형성됐습니다.

그런데 복지부 해명과 사과의 진정성(眞情性)을 의심할 법한 또 하나의 글이 블로그에 올라왔습니다.

 

[취재후 Talk] '의대 증원 정책' 철회 못하는 이유가 시민단체와의 논의 결과 때문?…복지부의 황당한 Q&A
/ 출처 보건복지부 블로그


◆ 의대생 증원도 시민단체 눈치 보기? 복지부의 '시민단체 과잉의전' 시즌2

지난 26일 오전 9시57분, 보건복지부 블로그에 올라온 Q&A 글입니다.

시점 상으로, 김 차관이 국회에 출석해 "(시도지사나 시민단체 추천을 통해 공공의대에 입학) 설명 자체가 부적절했다"며 김 차관이 사과하고 해명했던 복지위 전체회의 시작 3분 전입니다.

복지부는 블로그에서 '정부는 왜 의대 정원 증원 관련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것인가요?'라고 자문한 뒤, "정부가 정책을 철회하는 것은 이해관계 집단과의 논의 결과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이해관계자에는 시민단체와 병원계, 학계, 전문가 등이 있다"고 답합니다.

이 글을 보고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카드 뉴스에 '시민단체'라는 언급이 들어가 해명, 반박글까지 올린 상황에서 또 다시 시민단체라는 표현이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복지부가 의대생 증원 이유로, '국가 인력의 적정 배분' 수준의 답변을 내놓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즉,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며 보편 의료 시대에 부합하는 '보다 폭넓은' 의료인 양성을 위함 정도로 답할 줄 알았는데, 또 다시 '시민단체'가 언급된 겁니다.

그것도 가장 먼저 시민단체를 거론하고, 전문가 집단은 가장 마지막에 언급했습니다.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입니다.

복지부의 설명 가운데 "의대 증원 정책 철회"는 "이해관계 집단과의 논의 결과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부분에선, '왜 복지부는 시민단체의 눈치를 이렇게까지 보는 것일까?'라는 의구심마저 들었습니다.

◆2004년 로스쿨 찬반 논란 당시 법무부가 밝힌 도입의 변은?

참여정부가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을 도입했을 당시 어떤 변(辯)을 내놨는지 문뜩 궁금해져서 당시 법무부의 관련 발언을 찾아봤습니다.

이번 의대생 증원처럼 '법조인 정원이 늘어나는 로스쿨 도입 여부를 두고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갈렸던 지난 2004년 9월1일, 법무부는 사실상 로스쿨 찬성 그룹의 손을 들어주면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댔습니다.

김회선 당시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은 "현행 사법시험 제도의 개선만으로는 법학교육의 황폐화와 고시낭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국가인력의 적정 배분, 국제화 시대의 경쟁력 있는 법조인 양성을 위해 로스쿨 제도에 대해 보다 전향적 자세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실장은 이어 "국가에서 법조인을 직접 선발하는 것보다 대학이 양성기관이 돼 정상적 교육을 받은 사람이 법조인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도 했습니다.

'시민단체'가 언급된 부분은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 백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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