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아첨의 미학

등록 2020.08.28 21:52

수정 2020.08.28 21:55

트럼프 백악관을 파헤친 책 '화염과 분노'는 트럼프를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아부하면 스위치가 켜지고 비난하면 꺼지는, 아주 단순한 기계."

그렇듯 트럼프는 최상급 존칭과 찬사로 가득한 김정은의 친서를 '아름다운 편지' 라고 했지요.

언젠가 박근혜 대통령이 어느 스페인어권 국가를 방문해 "무차스 그라시아스"라고 인사했습니다. 그러자 스페인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던 현지 우리 대사가 글을 올렸습니다.

"저보다 스페인어를 잘하는 대통령님, 저는 스페인어 열공 모드로 돌입하렵니다"

그는 "대통령의 기품, 우아함, 부드러움, 강인함이 이곳 대통령의 넋을 빼앗았다"고도 했습니다.

그에 못지않은 글이, 얼마 전 김정숙 여사 수재현장 봉사 감상문으로 올라왔습니다.

"그 진정성과 순수함, 겸손함은 높은 자존감, 이타성, 측은지심을 지닌 분만 가능합니다"

여당에서 쏟아졌던 낯뜨거운 찬사조차 무색합니다.

한동훈 검사장을 덮쳐 육탄전을 벌이고 응급실에 드러누웠던 검사지요.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부장이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습니다. 반면 그를 피의자로 전환해 수사에 나선 서울고검 감찰부장은 지방으로 전보됐습니다. 육탄전과 함께 검찰 사상 희대의 인사로 남을만한 일입니다.

어제 검찰 인사 하나만 더 보겠습니다. 대구에서 서울로 온 진혜원 검사. 김정숙 여사를 예찬한 장본인입니다. 그뿐이면 다행입니다. "대통령님 얼굴이 너무 상하셔서 가슴이 아프다"더니, 오페라 곡 '달에게 바치는 노래'를 달님, 즉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치는 찬가라고 했지요.

또 이런 사진을 올리고는 "내가 박 시장을 추행했다. 여자가 추행이라고 하면 추행" 이라며 피해자를 조롱했습니다. 검사로서 부적절한 일련의 행태로 여성변호사회가 징계를 요청한 사람을 상향 이동시킨 인사는 무엇을 의미합니까.

집권당 최고위원이 되겠다는 어느 의원이 윤석열 총장을 가리켜 "개가 주인을 문다"고 했습니다. '검찰은 권력에 충성하는 개가 돼야 한다'는 집권층 생각을 단적으로 드러낸 말입니다.

저는 이번 인사의 키워드로 '맹목적 충성'과 '낯 간지러운 아부'를 꼽겠습니다. 그 둘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취해버린 권력자가 결국 어떻게 되는지를 역사는 숱하게 증거하고 있습니다.

8월 28일 앵커의 시선은 '아첨의 미학'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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