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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앵커가 고른 한마디] 시계를 되돌리고 싶은 순간

등록 2020.08.29 19:46

수정 2020.08.29 20:11

영화 '어바웃타임'
"이건 가족의 비밀이란다. 그 비밀이란 건 우리 집안의 남자들은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거야." 

불가항력적인 시간을 내 마음대로 되돌릴 능력을 지닌 이 영화 속 주인공은 과거로 시간 여행을 자주 떠납니다. 덕분에 사랑도 쟁취하고, 곧 세상을 떠날 아버지와 작별인사를 나눌 기회도 얻습니다. 살다보면, 영화처럼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때가 찾아오곤 하지요.

코로나 전국 확산의 폭풍전야라던 지난 25일, 방역을 책임지는 한 당국자가 브리핑을 마치며 문득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순간을 이야기했습니다.

권준욱 / 중대본 본부장(지난 25일)
"만약 정말로 힘든 상황이 온다면 시계를 되돌리고 싶을 순간이 바로 오늘일 것입니다. 오늘 지금 이 순간 실천이 필요합니다."

내일의 불행을 막으려면 오늘의 실천이 절실하다는 간곡한 호소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불행을 자초하는 행태들이 벌어집니다.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써달라는 말에 주먹을 휘두르는가 하면 제주도에선 노마스크로 3일간 야간 파티를 즐기기까지 했습니다. 거짓말로 방역 전선을 흐트리는 일도 잇따르죠.

안타깝지만 3단계에 준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4시간 뒤면 시작됩니다.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없게 됐고 밤 9시가 되면 거리는 생기를 잃겠지요. 자영업자의 애간장 타는 시름에다, 돌봄 공백이 길어진 맞벌이 부부의 한숨소리도 깊어집니다.

이 고통을 알면서도 정은경 본부장은 마지막 경고를 남겼습니다.

정은경 / 질병관리본부장
"현재의 유행상황이 지속된다고 하면 다음 주에는 하루에 800명에서 2,000명까지 확진자가 증가할 수 있고,"

내가 잠시 마스크를 벗었던 그 선택이, 이 정도 모임은 괜찮겠지 했던 그 만남이, 의료시스템을 붕괴하고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유발하는 나비효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시간를 되돌리고 싶은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인지 여부는 우리의 오늘에 달렸습니다.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시계를 되돌리고 싶은 순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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