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흩어져야 산다

등록 2020.08.31 21:50

수정 2020.08.31 22:06

이탈리아 밀라노의 대성당 앞. 세계적인 성악가 보첼리가 홀로 노래합니다. 관객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대신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4월 부활절, 온라인으로 세계 곳곳에 위로를 전했습니다. 영상엔 관광객이 끊긴 파리의 에펠탑. 활기 잃은 뉴욕 브로드웨이, 런던 트라팔가, 세계 곳곳의 랜드마크 모습이 스쳐갑니다. 넘쳐나던 인파는 보이지 않습니다.

대도시의 고독한 도시인을 즐겨 그렸던 사실주의 화가 호퍼. 작품 속 공간은 황량하고 인물들은 덩그러니 혼자입니다. 마치 코로나 시대의 풍경을 그린 듯 합니다. 카페테리아 속 남자는 거리두기를 잘 실천하는 듯 합니다. 집에 혼자 머무는 여인도. 극장을 찾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죠. 지금 우리도 호퍼 그림 속의 주인공처럼 느껴지지 않습니까? 지난 주말 도심의모습도 그림과 너무나 닮아있습니다.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첫날인 어제, 이 대형쇼핑몰 역시 그림처럼 현실감을 찾기 어렵습니다. 층마다 오가는 손님 한둘만 있을 뿐이고 앉을 자리 찾기가 어려웠던 이 카페도 이제는 서있는 사람 뿐입니다. 전에 없던 이 생경한 풍경이 당혹스럽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코로나 시대에 연대하는 방법은 모두가 흩어지는 것이며…"

방역당국은 적어도 이번 한 주만이라도 각자여야 한다고 당부했고, 서울시는 '천만시민 멈춤 주간'으로 정하겠다고도 했습니다. 당국의 지침이 아니더라도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공존을 고민하는 일은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지난주 정점을 찍은 뒤 폭발적인 확산세가 주춤해졌습니다. 하지만 5명 중 한명은 어디서 감염되었는지 알 수 없는 환자고 위중환자도 2주 사이 9배까지 늘었습니다. 끊이지 않는 집단발병 역시 안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역학조사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호소가 허투루 들리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는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은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번 한 주 역시 우리에게 그동안 겪지 못했던 새로운 일상이 찾아올 겁니다. 어쩌면 일상이 잠시 멈출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위기를 넘겨야겠다는 의지만은 멈추지 말아야겠습니다.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심정으로 함께 해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8월 31일 앵커의 시선은 '흩어져야 산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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