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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21세기 상소 논쟁

등록 2020.09.01 21:50

수정 2020.09.01 22:01

이런 장면 사극에 많이 등장하지요?

"아니 진짜여? 임금이 왕위를 찬탈하려는 게?"

벽에 붙이는 글 즉 '벽서'는 '괘서(掛書)'라고도 불렸는데 주로 개인의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조정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일종의 대자보입니다.

왕의 실정이나 탐관오리의 만행을 보다 못한 민초들이 이런 방식으로 항거했고, 종종 옥사와 사화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반면 관료와 학자, 유생 같은 지식인층은 상소로 자신의 뜻을 표시했습니다. 상소 가운데 왕들이 특히 두려워한 것이 지부상소(持斧上疏), 즉 "내 말이 틀리면 목을 치라"는 목숨 내놓고 하는 상소였습니다.

고려 충선왕의 신하 우탁은 상복을 입고 대궐에 들었고, 조선 말 유학자 최익현은 병자 수호조약에 반대하며 광화문에 도끼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임금에게 바른말을 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이렇게 엄중하고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느닷없이 상소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발단은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시무 7조'라는 글입니다. 상소문의 형식을 빌어 현 정부의 실정을 조목 조목 비판했는데 청와대가 석연찮은 이유로 이 글을 비공개로 했다가 뒤늦게 공개하면서 유명세를 치렀습니다. 여기에 '하교'라는 반박 글이 등장했고 '영남 만인소'가 이어졌습니다.

국민 청원 게시판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현 정부의 국정 철학에 따라 만들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역설적으로 국민과 청와대의 소통 부재의 상징처럼 느껴집니다. '초연결 사회'로 불리는 시대에 상소문은 무엇이며, 그것조차 읽어보지 않았다는 어느 장관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은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시무7조는 공개된 지 나흘만에 동의 숫자가 40만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답을 할지 말지는 청와대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자신감도 없다면 애당초 게시판을 만든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선시대 왕들은 상소를 꼼꼼히 읽고 마지막 부분에 꼭 답변을 적어 뒀습니다. 그리고 상소를 올린 이에게 돌려줬다고 합니다. 이걸 '비답'(批答) 이라고 합니다. 절대 권력의 시대에도 민심은 이렇게 중히 다룬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광화문에 직접 나가 시민을 만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고 있습니까?

9월 1일 앵커의 시선은 '21세기 상소 논쟁'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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