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소탐대실

등록 2020.09.03 21:48

수정 2020.09.03 22:20

초기에 악역으로 명성을 쌓았던 커크 더글러스와 리처드 위드마크. 두 할리우드 스타는 시인 김수영이 4.19 2주 전에 쓴 시 첫머리에 등장합니다.

"우리들의 적은 커크 더글러스나 리처드 위드마크 모양으로 사납지 않다…"

그러면서 시인은 민주주의란 "싸우는 방법도 민주주의식이어야 한다"며 정정당당한 승부를 말했지요.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합니다. 하수는 눈앞의 작은 이득을 챙기려다 큰 것을 잃고, 고수는 작은 돌은 버리고 대세를 얻습니다. 국민과의 줄다리기에서 조금도 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정치인들이 새겨둘 이치입니다.

아마추어 3단 실력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은 바둑을 통해 인생과 정치를 배웠다고 했습니다. "언제나 크게 보고, 멀리 내다보고, 전체를 봐야 한다"고 했지요. "국지전 승부에 집착하는 꼼수는, 정수를 이길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의사와 간호사를 어둠과 빛처럼 양극단으로 대비시킨 문 대통령 메시지가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는 간호사분들의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고 했습니다. "파업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 얼마나 어려우시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폭염 때 쓰러진 의료진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고 했지요. 마치 의사가 간호사의 공을 가로챈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더 큰 역할과 헌신을 했느냐 따지는 것부터가 유치한 일입니다. 더구나 대통령의 메시지라면 더더욱 적절치 못한 표현입니다. 오죽하면 칭찬을 들은 간호사들까지 손사래를 치고 나섰겠습니까? 

불교에서는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을 세 가지 독으로 꼽습니다. 거기에 거짓말, 험담, 이간질을 비롯해 일곱을 더한 것이 열 가지 악이지요. 바둑으로 치면 하수들이나 저지를 악수, 꼼수입니다. 민주주의란 상대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이렇게 경고했습니다. "민주주의와 정의를 외치면서 미움과 편가르기를 하면 그 민주주의가 거꾸로 우리를 억압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지금 대통령이 온 힘을 쏟아 싸워야 할 상대는 의사가 아니라 코로나라는 국가적인 재앙입니다.

9월 3일 앵커의 시선은 '소탐대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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