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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스페인의 악몽'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

등록 2020.09.04 14:25

[취재후 Talk] '스페인의 악몽'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모습 / 조선일보DB

■ 우등생에서 낙제생으로

한 나라가 있었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5.8%에 불과했고, 3대 신용평가사의 평가등급은 모두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큰 위기가 닥칩니다.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돈을 풀었지만 실패했고, 5년 뒤 채무비율은 86.3%까지 치솟했습니다.

어딘지 요즘 대한민국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드는 이 나라. 바로 스페인입니다. 13년 전 스페인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에게는 어떤 교훈을 남겼을까요.

 

[취재후 Talk] '스페인의 악몽'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
2008년 리먼 사태 당시 리먼브러더스 한국지사 / 조선일보DB

 
■ 리먼브러더스와 코로나19

앞서 언급한 스페인의 경제위기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입니다. 글로벌 경제위기였죠. 관광 산업과 부동산 호황으로 잘 나가던 스페인이 한번에 무너졌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자 은행이 연이어 파산했고, 실업률이 치솟았습니다. 세수도 줄어들었지만 스페인 정부는 실업수당을 퍼부었고 당연히 재정적자도 불어났습니다. 급기야 2014년엔 국가채무비율이 100.7%를 기록합니다.

스페인을 대한민국으로, 리먼 사태를 코로나19로 바꾸면 어떨까요. 세부적인 모습은 다르겠지만, 경제위기에 재정으로 대응하다 생각만큼 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재정적자만 급증했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해 보입니다. 요즘 스페인의 사례가 자주 언급되는 이유입니다.

 

[취재후 Talk] '스페인의 악몽'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
정부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전망 / 기획재정부 제공



■ 우울한 재정전망


정부는 5년마다 중장기 재정운용 전략과 재원배분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여기에 2060년까지의 재정전망도 포함됩니다.

정부의 전망은 우울합니다. 앞으로 40년 동안의 '장기재정전망'을 보면 시나리오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4.5%~81.1% 수준으로 전망됩니다. 최악의 숫자는 2045년에 나왔는데, 채무비율이 99%까지 치솟았습니다. 물론 인구와 성장률 등 예측치를 넣고 가상의 시나리오로 전망했기 때문에 실제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상황을 보고 있자면 그냥 지나칠 수도, 그냥 보고 넘길 수도 없습니다. 올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5%, 내년엔 46.7%, 2022년엔 50.9%, 2023년엔 54.6%, 2024년엔 58.3%로 전망됩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전임자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재임 당시 국가채무비율을 2022년까지 40% 내외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힌 경로에서는 완전히 벗어난 모습입니다.

불과 2년 사이 국가의 재정상황이 180도 바뀌어 버렸습니다. 전문가들은 재정 적자가 너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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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 기획재정부 제공


■ 추경, 또 추경

4차 추경(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게 통과된다면 기사 제목은 "1961년 이후 59년 만에 4차 추경 편성"으로 달릴 겁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960년생이니까 홍 부총리가 만 1살 때의 일이지요. 그런데 이제 추경에 대해 너무 무감각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경제부처 담당 기자들에겐 추경 편성은 큰 이슈입니다. 본예산과 별도로 국가예산항목의 내용을 변경시키기 때문이죠.

추경은 재정에서 남는 돈으로도 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재정여력이 없는 경우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해서 그대로 적자로 쌓입니다. 추경을 편성해도 다 못 썼다는 기사가 종종 나오는 건 세밀하게 편성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아직도 못 쓴 추경액이 8조 원 가량 남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무조건 추경만 운운할 게 아니라 남은 돈부터 제대로 써보는 게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취재후 Talk] '스페인의 악몽'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
스페인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 countryeconomy


■ 피치(Fitch)의 경고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 2월 의미심장한 경고를 남깁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23년 46%까지 늘어날 경우 중기적으로 국가신용등급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정부의 2023년 전망치는 54.6%입니다. 정부 전망치대로만 가도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다시 스페인으로 가보겠습니다. 경제 위기 전엔 국가신용등급 트리플 에이(AAA)를 자랑하다 한 때 투기등급 직전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스페인의 악몽이 대한민국에서 재현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한번 늘어난 나라빚은 쉽게 줄이기 어렵습니다.

현재 스페인의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을 찾아봤습니다. 1분기 기준으로 "110.05%". 이 숫자가 무겁게 다가옵니다. / 송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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