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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추적] "400억 썼는데 땅도 없어"…무주택자 울리는 '지역주택조합'

등록 2020.09.04 21:34

수정 2020.09.04 22:08

[앵커]
무주택자들이 돈을 모아 직접 땅을 사고 집을 지으려고 만든 조합을 '지역주택조합' 이라고 합니다. 서울에서만 70건이 넘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진행 중인데, 계속된 일정 연기로 첫 삽은 뜨지도 못한 채 조합비만 까먹고 있는 곳이 한 두곳이 아닙니다.

어디서 누수가 벌어지고 있는건지, 차순우 기자가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폭우 속에 시위를 벌이는 수십 명의 사람들.

"구속하라! 구속하라!"

이를 촬영하던 남성과 실랑이도 벌어지는데…

"손대지 마시라고요."

구로역 인근에 1200여 세대 아파트를 지으려던 A 지역주택조합 조합원들입니다.

올해 12월 입주 예정이었지만 착공도 못 한 채 사업이 늦어지자 조합원들 불만이 폭발한 겁니다.

A 주택 조합원
"2020년에 들어갈 거 같으면 뭐라도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진행 상황은 이 건물이 있는 땅을 포함해 건축부지 3%를 확보한 것이 전부입니다.

그동안 조합원 847명이 조합비 약 400억 여 원을 납부했는데, 이 가운데 건축 부지 구매에 쓴 돈은 77억 원뿐.

나머지 약 330억 원은 대행비와 광고비 등으로 이미 소진됐습니다.

조합원
"(땅을) 고작 78억 원어치 사놓고, 돈을 다 썼다고 하니까 사기당한 거 같다."

사업 대행사 측은 초기 비용과 땅값 상승 등으로 일정이 지연됐을 뿐이란 입장입니다.

A 주택조합 대행사 대표
"이렇게 토지 값이 올라간 적이 없어요. (추가) 조합원 모집을 해야 땅을 살 거 아닙니까."

전국적으로 이와 비슷한 지역주택조합 분쟁만 수십 여건.

더욱이 지역주택조합은 사업 부지 80% 땅주인에게 사용 동의서만 받으면 대부분 인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동의서는 구속력이 없다 보니, 땅 주인이 마음만 바꿔도 사업이 어그러질 수 있습니다.

신문재 / 변호사
"이것(동의서)을 가지고 매매를 하라고 강제할 수도 없고…"

늘어난 비용은 모두 조합원 부담입니다. 

이곳 사업 부지의 공시 지가는 사업 초기인 5년 전에 비해 6배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1977년 지역주택조합 사업 시행 이후, 서울에서 인가받은 조합만 모두 97곳. 이 중 분양까지 이뤄진 경우는 12건뿐입니다.

사업 성패의 책임은 사실상 조합원들 몫입니다.

심교언 /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원천적으로 해결이 안돼요. 정부에서 계속 제도를 바꾸고 있거든요.그 사업을 없애지 않는 한 원천적으로 나아 질 방법은 없어요."

전국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잡음이 끊이지 않지만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피해 조합원
"완전 말도 안 되는 (주택) 법이에요. 저도 나쁜 마음 먹으면 지역조합주택 사기 쳐서 몇백억 벌 수 있을 거 같아요."

현장추적 차순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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