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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무엇이 소설인가요

등록 2020.09.04 21:48

수정 2020.09.04 21:56

야구공은 손으로 소가죽을 꿰매고 일일이 매듭을 지어 완성합니다. 백여덟 개에 이르는 매듭 덕분에 투수가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할 수 있지요. 불교의 백여덟 가지 번뇌 같은 야구경기의 온갖 희로애락이 거기서 나오는 겁니다.

백팔번뇌를 끊으려고 불자들은 백여덟 개 알을 꿴 백팔염주를 돌리고, 백여덟 번 절하는 백팔배를 올립니다. 절하면 고개 숙여지고 마음 또한 숙여지기에, 절은 수행이자 공양이며 스스로 쌓는 공덕입니다. 그래서 성철 큰스님도 "수행자는 매일 삼백 배를 꼭 하라"고 했지요. 백팔배를 넘어 삼백 배를 하면 땀이 비 오듯 쏟아져 탈진에 이릅니다. 하지만 말 못할 희열이 솟고 얼굴이 온화해진다고 합니다. 참회하면서, 지었던 죄, 업이 무너지는 겁니다.

조국 전 장관이 아내 정경심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백48조에 따르겠다"는 말을 삼백세 차례 거듭했습니다. '친족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들어 증언을 삼백세 번 연달아 거부한 겁니다. 삼백 배도 45분쯤이면 끝난다는데 세 시간 넘게 검찰 신문을 버틴 그 뚝심 하나 만큼은 대단합니다. 어지간한 배짱과 의지로는 이렇게 버티기가 쉽지 않지요. 그런 점에서 또 한 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 보좌관이 뭐하러 그런 사적인 일에 지시를 받고 하겠습니까."

추미애 장관 보좌관이 장관 아들 휴가와 관련해 군부대에 전화했느냐는 국회 질의에 추 장관 답변은 단호했습니다.

"일반적으로라면 (직권남용이) 맞겠지요. 그러나 그런(전화한) 사실은 없습니다"

그리고 불과 하루 만에 '보좌관 전화를 받고 통화했다'는 부대 장교의 증언이 녹음파일로 공개됐습니다. 지난 7월 추 장관이 아들 의혹을 묻는 의원에게 소설을 쓴다고 했던 그 말이 생각나면서 대체 누가 소설을 쓰고 있는 것인지 참으로 마음이 어지럽습니다.

지난 여름은 장마에 폭염, 태풍, 코로나 공포가 한꺼번에 몰아 닥치면서 보통 우리 이웃의 삶을 끊임없이 위협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또 어떠했던지요? 서울과 지방,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용자와 근로자, 임차인과 임대인을 나누더니 급기야 의사와 간호사 까지 편을 갈라 서로를 미워하게 만들었지요. 그래도 어느새 맑고 푸르고 드높은 가을 하늘이 찾아왔습니다. 더위에 뒤척이지 않아도 될만큼 서늘한 밤도 찾아 왔습니다.

인간사가 아무리 복잡해도 계절은 거스를 수 없습니다. 지금은 비록 독설과 거짓말, 비난과 증오의 언어가 난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진실이 드러날 겁니다. 아무리 포악한 무더위도 찬바람에 밀려 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니까요?

9월 4일 앵커의 시선은 '무엇이 소설인가요'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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